“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다베라 선교회」빗나간 예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일서온 동포 등 500명 철야/신도들에 장담한 자정 지나자 「17세 선지자」하군 “연기됐다”
「10월10일 새벽」의 휴거설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다.
10월28일 휴거를 주장하는 다미선교회와 함께 국내 최대 시한부 종말론 종파중 하나인 다베라선교회(신도 2천명 추산)는 이날 철야부흥회를 가지며 자신들이 예언한 10일의 「공중들림」을 기다렸지만 휴거는 끝내 오지 않았다.
서울 석촌동 226 석촌빌딩 지하 다베라선교회 교회에는 9일 오후 7시30분부터 미국·일본에서 온 해외동포 40여명을 포함,모두 5백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휴거를 대비한 철야부흥회를 가졌다.
신도들중 3분의 2는 30,40대 여자들이었고 10대도 30여명이나 되었다.
교회 입구에는 건장한 20대 신도 10여명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으며 내부가 비좁아 미처 자리를 잡지못한 신도 50여명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선교회 사무실에서 두대의 폐쇄회로 TV를 통해 부흥회를 지켜보았다. 경찰은 부흥회집회뒤 휴거가 일어나지 않았을때 일부 신도들이 집단 자살을 기도하거나 휴거 비판교회 신도들이 난입할 것에 대비,기동대 2개중대 2백80여명과 소방차·구급차 등을 교회 주변에 배치했다.
오후 9시40분쯤 이 교회 「선지자」로 통하는 하방익군(17·서울J고 1년 중퇴)이 나타나 「내가 너희에게 표적을 보이리라」는 주제로 설교를 시작했다.
하군은 지난달 사기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다미선교회 이장림목사(44)에게 「선지자」로 발탁돼 시한부 종말론을 설파하다 인침 인정여부(하군은 인침을 받아 휴거대상이 되는 신도를 자신만이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를 놓고 이 목사와 결별,2년전 다베라선교회를 설립했다.
하군은 『이 교회가 들림받게 하소서』『주여 오늘을 넘기지 않게 하소서』라는 등 15분동안 짧게 설교한뒤 밖으로 사라졌으며 설교도중 신도들은 휴거를 상징하는 춤을 추거나 온몸을 떨며 『아멘』등을 외쳐댔다.
휴거가 시작된다는 10일 0시가 지나자 신도들은 크게 울부짖었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도가족 1백여명이 이 소리를 듣고 흥분,교회안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저지하는 교회측 사람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오전 2시쯤 하군이 다시 교회에 나타나 『휴거가 연기됐으니 그만 귀가하라』고 말하자 대부분의 신도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상당수 신도들은 부흥회 직후에도 휴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눈치였는데 오전 2시30분쯤 교회를 나오던 한 신도는 『교회측에서 지금까지 휴거일이 연기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며 『대부분 신도들은 언젠가 있을 휴거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이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