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진영 'BBK공방'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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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산 문제를 놓고 시작된 한나라당 '빅2' 간 공방이 'BBK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BBK란 재미동포 김경준(42)씨가 한국에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김씨는 BBK의 회사돈 380억원을 빼돌린 사기 혐의로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많은 투자 피해자를 냈다.

공방의 핵심은 이 전 시장이 김씨와 함께 BBK의 공동 대표였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다.

박근혜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준씨가 대표로 있던 BBK라는 투자자문회사의 공동 대표가 이 전 시장이라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는데 이 전 시장 측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최 의원은 "2000년 보도된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전 시장이 '외국인 큰손 확보했다' '첫해부터 수익을 내겠다'라고 자랑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이 전 시장 측은 이를 오보라고 했는데 인터뷰 기사가 오보라는 것은 태어나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시장이 BBK와 관련된 명함도 돌렸다"며 "아무 관계없는 회사의 명함을 돌렸다면 사칭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 측이 이를 미래 제휴사 개념의 명함이라고 해명했는데, 이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 전 시장에게서 받았다는 제보자가 전한 것이라며 명함 사본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캠프 대변인 박형준 의원은 "이 전 시장과 BBK는 무관하다"며 2002년 4월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무혐의 결정문을 공개했다.

검찰의 결정문엔 "(이 전 시장은) 일부 BBK 투자자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동 회사(BBK를 지칭)는 김경준 단독으로 운영하는 회사로, (이 전 시장은 일부 BBK 사기 피해자들의 고소건과 관련해) 혐의가 없다"고 적혀 있다.

박 의원은 또 2001년 3월 김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진술서도 공개했다. 진술서에서 김씨는 "BBK 지분은 내가 100% 보유하고 있다. 결국 회사는 내 영리를 위한 법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최경환 의원이 제시한 이 전 시장의 2000년 언론 인터뷰 기사에 대해 박형준 의원은 "같은 날짜에 보도된 다른 인터뷰 기사를 보면 '이 전 시장이 BBK 회사 전체가 아니라 개인 김경준씨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해명했다.

BBK가 계열사로 표시됐다는 명함에 대해 이명박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문제의 명함은 김경준씨가 마음대로 만든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 측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6일 오후 늦게 이 전 시장이 박 위원장,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 등 캠프 핵심 인사들과 회의를 열어 마련한 대응책이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은 당의 화합을 위해 박 전 대표 측에 네거티브 자제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연 기자

◆BBK와 김경준=김경준씨가 1999년 외국계 회사인 BBK의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BBK 사장인 김씨는 2000년 2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30억원씩을 투자해 LK-e뱅크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김씨는 BBK 한국지사가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된다는 설을 퍼뜨려 주가를 급등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고 회사 자금 380억원을 빼돌린 뒤 미국으로 도피했다. 2002년 BBK 피해자 일부의 고소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시장이 김씨의 사기행각과 무관하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현재 김씨는 미국 검찰에 체포돼 한국 송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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