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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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는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있는 까닭에 늘 주변 사람들이 어떤 옷을, 어떻게 입는가에 관해 주의 깊게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옷 자체에 관한 관심이다. 그런데 그렇게 관찰하다보면 정말 옷을 조화롭게, 아름답게 입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게된다.
흔히들 『세상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우리나라 여성들처럼 화려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 말이 한국 여성들의 상당수가 직장에서 일하기에, 슈퍼마킷에서 장보기에, 학부모로 선생님을 찾아 뵙기에 적당치 않은 차림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라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한국여성들이 이른바 T.P.O, 즉 시간·장소·경우에 따라 옷을 알맞게 골라 입을 줄 아는 훈련이 안돼 있는 것 같다. 정장을 갖추어야할 장소에 너무 간단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간다면 예의에 어긋난다. 절도 있는 분위기를 지겨야할 장소에 얼룩덜룩한 무늬의 의상이나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옷, 몸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장소·경우에 신경을 쓸뿐 아니라 웃옷과 아래옷, 옷에 알맞은 액세서리를 모두 조화롭게 코디네이트 시켜 입은 차림은 자신뿐 아니라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나는 파리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의 하나가 그들 중 대부분이 코디네이트의 명수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다지도 걸쳐 입는 옷은 물론이고 가방·모자·장갑·우산까지 완벽하게 색상의 조화를 생각해서 입는지, 과연 패션의 메카에 사는 사람들답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어린 소녀들로부터 파파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남성들도 크게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섬유생산 대국의 하나로, 특히 요즈음은 불경기의 여파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질이 좋은 옷을 살수 있는「창고 대공개」등 각종세일이 한창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옷을 알뜰 구매해 멋진 코디네이션을 즐겨보면 어떨까.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코디네이션을 잘해 옷을 입는 것은 멋 내기의 필수요건일 뿐 아니라 매우 경제적인 의생활을 하는 것이 된다.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을 정하고 가끔 거기에 어울리는 액선트 컬러를 이용한다면 적은 숫자의 옷을 가지고도 셀수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옷을 입는 즐거움을 맛볼수 있다. <김희><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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