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정책 성과 “가시화”/금리인하추세 분석·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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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들 자금수요 격감도 한몫/적정성장 유지돼야 안정 지속
최근의 실세금리 하락추세는 정부가 「적정성장」위주로 꾸려온 거시경제운용의 당연한 결과다. 내수위주로 과열되어 경상수지 적자속에 금리상승을 불러오던 성장패턴을 수출회복에 기초한 적정성장으로 바꾸어 물가와 금리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자는 것이 그간의 정책목표였고,이같은 거시정책의 성과가 때마침 계절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금리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설비투자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식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긴 하다.
실제로 <표>에서 보듯 기업들의 부족자금 규모는 올 상반기중 약 15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6조3천억원에 비해 약 5천억원이 줄어들었다. 매달 2천억∼3천억원의 총통화만 거두어들이거나 풀어도 실세금리가 크게 출렁거리는 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현실이고 보면 5천억원의 자금수요감소는 그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우리 금융시장도 이제 저금리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내부저축은 여전히 적어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현상이 가시리라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적정한 투자수준을 유지하면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적정성장 기조를 어느 정도 일관되게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따라 현재의 금리하락추세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성장이 다시 1∼2%포인트만 높아져도 시중금리는 금방 튀어오를 만큼 현재의 금리하락추세는 아직 취약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모처럼의 금리하락 추세는 반가운 일이지만,현재는 금리하락 추세속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잠복하고 있다. 우선 거시경제정책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자금 배분 문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실질적인 금리하락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고 또 금리하락 이전에 당장 자금을 못구해 쩔쩔 매는 중소기업도 많다.
또 당장의 금리하락도 좋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장기정책 목표인 금리자유화를 실종시켜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최근의 금리하락은 정책당국의 「창구지도」에 의한 부분이 적지 않았고,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표방했던 1단계 금리자유화조치는 실종되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결국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은 기업의 투자촉진,금리자유화의 추진 등 또 다른 중요한 정책들과 3박자를 맞추어 가야만 진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관계·금융계·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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