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통제 갈등 심화될듯/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보고(북한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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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체제유지 위해 자력사생 집착/단편적 개선은 모순 해결 못해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펴고 있는 경제개방 정책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장하는 범위내에서 추진될 것이므로 장차 개방과 통제 사이에 모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북한은 종래의 동원경제정책 말고도 주민 복지향상 정책과 화폐개혁 등 재정금융 정책을 비롯한 새로운 대내 경제조치를 실시했으나 제한된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북한의 경제난과 향후 정책전망」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하고 북한은 특히 대외 경제개방이 가져올 사상적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대내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정치체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쳤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본다.
북한의 경제적 위기는 스탈린식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구소련의 붕괴 등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상황적 요인이 중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음의 세가지중 하나로 각각의 경제정책 노선이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력갱생 경제원칙의 고수다.
북한은 계속 스탈린식 중앙집권적 통제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주체사상에 입각한 자력갱생을 포기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 경제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
북한도 소련·동구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보듯 스탈린식 통제 경제방식으로는 현재의 정치·경제적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부나 당관료 중에서 보수파들은 경제개방이 가져올 위험과 도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현재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시장경제 원리의 추구다.
북한이 구소련·동구처럼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을 비롯한 광범위한 경제개혁 정책을 추구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북한은 이들 국가와는 달리 해외부문이 총국민 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가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해야 할 만큼 경제적 취약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은 북한이 당면한 경제난의 본질을 소련 및 동구권의 붕괴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번째는 2중전략의 추구다.
북한은 당분간 기존의 중앙집권적 통제체제를 온존시키면서 점진적으로 경제개방을 추구하는 2중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대외경제 개방정책으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도입될 경우 불가피하게 시장경제 원리를 쫓게 되므로 통제경제 부문의 와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통제경제 부문의 핵심인 농업분야에 있어서 개혁이 불가피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재정압박과 인플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15일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나 생필품 등 물자부족 현상과 화폐교환 한도액(가구당 5백원)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제한된 성과만 올리는데 그쳤다.
따라서 화폐개혁 같은 단편적인 제도개선 및 통제강화는 오히려 경제구조의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북한이 통제적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개방,시장기능에 따른 가격체제의 도입,효율적인 자원배분 방식의 채택 등 보다 과감한 경제체제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같은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체제불안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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