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언〉「권위」와 「권위주의」혼동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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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사회에서는 개발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청산이 시대의 과제인 것으로 되었다. 의당 그래야 할 것이지만 문제는 「권위」와「권위주의」를 혼동하여 권위주의를 청산한다는 명분때문에 권위가 실종되는데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권위의 관계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대규모 조직 운영이 불가피한 관료조직에서는 물론 학교나 가정의 경우 또한 그러하다. 가정에서의 아버지, 학교에서의 교장 또는 총장, 회사에서의 사장에서부터 나라의 대통령, 그리고 사회의 원로에 이르기까지 권위를 가짐으로써 그 집단, 그 사회의 질서가 잡히고 존속과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권위의 자리 그 자체는 권위 발생의 개연성은 가지고 있을지언정 그 필연성은 보장해 주지 않는다. 권위가 잘못되면 그 정당성을 잃고 그것은「권위 구속적」이며 권위주의가 된다. 권위 구속적인 것, 즉 권위주의는 청산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청산되어야 할 권위주의, 그것은 윗사람에게 굴종하고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는 그런 자세다. 탐관오리 시대의 아전상(아전상)에서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자율적·도덕적 결정을 희생하고 인습적인 가치에 완고하게 집착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신조에 따라 약한 것을 증오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불행스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다. 위계서열적 사고를 하며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 고, 비판적 태도를 「파괴적인 것」으로 거부한다. 권위주의의 청산은 나 자신부터 이러한 속성들을 파기하는데서 비롯한다. 권위의 자리에 대해 증오하고, 도전하고, 배척·저항하는 것이 권위주의의 청산은 아니다. 법적·사회적 규율을 지키고 그에 순종하는 것을 권위주의에 굴복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진정한 권위, 그것은 정당성을 내포하는 다스림의 형태다. 이런 권위가 파괴되어 다스림만 있고 합리성·정당성이 결여되면 그것은 권위주의가 된다. 이때 사회의 결속력은 와해되고 무질서의 혼란만 가중된다. 오늘날 권위가 억압적 힘에 의한 지배의 성격을 띠면서 그 권위는 정당성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 권위가 회복되어야겠다. 옛날의 스승이 제자에게 행사하던 것과 유사한 유형의 도덕적 권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능력·경험과 무사공평함을 근거로 하여 합리적으로 권위를 되찾아야 하겠다. 국가기관은 물론 회사·학교·가정등 시민사회 전반의 조직들에서 권위주의적 다스림이 타기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모든 사회성원들로부터 규율과 질서에 대한 존경이 살아나고 실종위기의 권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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