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조교사 자살/51세 최연홍씨/검찰 「승부조작」조사받고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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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천마사회 구내서 목매/김택씨에 돈받아 구속앞두고/기수·조교사 등 수사항의 농성… 주말경기 취소
기수·조교사·경마브로커 등 8명이 구속된 경마승부 조작사건과 관련,전 영동백화점사장 김택씨로부터 2천3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조치됐던 한국마사회 소속 조교사 최연홍씨(51)가 26일 오전 5시30분쯤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골프연습장내 골프장 배급소 가건물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됐다.
현장을 목격한 권혁부씨(59·일용직원)에 따르면 일직 근무를 위해 출근,골프장 주변을 점검하던중 최씨가 배급소 건물천장에 전깃줄·전화선으로 목을 매고 깨진 유리잔으로 왼쪽손목 동맥을 잘라 바닥에 피가 흥건히 괴어있는채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최씨가 골프기록지 뒷면에 휘갈겨 쓴 유서 한장이 발견됐으며 유서에는 『이 경마장을 더러움속에서 오늘까지 지켜왔는데 더좋은 경마발전을 보지 못하는게 아쉽다. 첫째도 단결,단결외에는 죽음뿐이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자살한 최씨는 25일 오전 검찰에 재소환돼 수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출두하지 않고 행적을 감췄다가 이날 오후 9시쯤 택시를 타고 경마장에 돌아와 몹시 괴로워했다고 주위사람들이 말했다.
최씨는 22일 검찰철야조사에서 자신이 경마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자백을 한뒤 23일 오후 풀려났었다.
최씨는 검찰에서 88년 3월 강남구청부근 강남다방에서 전 영동백화점 사장 김씨로부터 『경마정보를 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5백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89년초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쯤 서울 압구정동 14세기 경양식집 등에서 같은 명목으로 김씨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2천3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또 돈을 받은 대가로 주말에 출두하는 말중 자신이 관리하는 말들의 상태와 다른 조교사가 관리한 말중 우승 가능성이 있는 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자백했었다.
검찰은 『최씨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자백함에 따라 일단 귀가시켰으나 재소환해 구속시킬 방침이었다』며 『김택씨 이외의 다른 경마꾼과 결탁했을 가능성이 높은 최씨가 검찰조사가 확대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살한 최씨는 61년 기수로 마사회에 들어와 활약하다 73년 은퇴한 뒤 지금까지 조교사로 근무해왔다.
한편 한국마사회 소속 기수·조교사 2백여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검찰의 공정수사,마사회측의 대책마련 등을 요구하며 최씨의 시신운구를 막은채 골프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사회측은 26,27일 주말 경마를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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