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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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8서울올림픽을 결정하는 바덴바덴회의때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쎄울」하고 발음한 것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서양인이라고 해서 「서울」이란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텐데 로마자로 표기된 「SEOUL」을 읽다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다.
발음이야 어떻든 이제 서울은 세계의 도시가 됐다. 따라서 세계지리를 배우는 중학생 정도면 아프리카의 오지에서도 서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서울을 「서울」로 읽거나 쓰지 않는 나라가 딱 하나 있다. 중국이다. 중국 사람들은 서울을 「한성」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한 성과 같은 인상을 준다.
역사적으로 서울은 여러 개의 이름이 있었다. 백제의 시조 온조가 BC18년 처음 도읍을 정하면서 위례성이라 했던 것이 고구려 장수왕때(475년) 고구려땅이 되면서 남평양이 됐다.
이것이 신라 진흥왕때(554년) 다시 신라영토로 편입되면서 신주가 되었다가 북한산주·남천주·한주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려때는 양주·남경·한양 등으로 불렸으며 조선조때 태조가 새 도읍을 정하면서 한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제때 이름은 경성. 서울로 정착된 것은 광복이후다.
한성이란 따지고 보면 중국의 「한」에서 온 것이 아니라 「크다」「많다」는 뜻과 함께 「하나」「하늘」「우두머리」란 뜻을 지닌 「크고 넓은 땅」이다.
최근 공보처는 서울을 한성이라고 하는 중국어표기 방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수오이」로 바꾸자는 안을 내어 눈길을 끈다. 중국식 발음으로 「서우얼」,뜻은 「새로운 땅」 또는 「으뜸가는 도시」라 하니 한성이라는 이름과 상통하는 데가 있어 그런대로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국사람들의 외래어 작명술은 정평이 있다. 가령 코카콜라를 가구가락,펩시콜라를 백사가락으로 명명해 발음과 뜻을 살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팩시밀리를 전진,휴대폰을 대가대,컴퓨터를 전뢰 등 뜻으로만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서울을 그렇게 정했다고 해도 정작 사용할 사람은 중국쪽이니 그들의 의견도 한번 들어봄직하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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