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다시 '노사모 대장' 된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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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끔찍하다."

"어디 제정신 가진 사람이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투자 하겠느냐."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되면)한국의 지도자가 무슨 독재자의 딸이니 (하는 기사가)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정당지지율 1위의 야당과 지지도 1, 2위의 야당 대선주자들이 '난도질' 당했다. 독설의 칼을 휘두른 주인공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혀끝에서 국민 지지율이 65%에 이르는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격 없는 후보로 전락했다. "그놈의 헌법" "무식하면 용감하다" "미사일 발포 때 나를 죽사발 만들었다"는 등 막말도 난무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이후 꾸준히 상승, 4월 30%대에 진입했다 최근 20%대로 다시 떨어졌다. 3, 4월의 상승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의 영향이며, 5월의 하락세는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과 대언론 공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 FTA 당시 국민 지지율이 높아졌던 건 그가 진보 정파 지도자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중시하는 국가 지도자의 입장에서 결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일 강연 때 그는 다시 '노사모 대장'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왜 국민을 부끄럽게 하나. 어느 파당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임을 망각한 것인가. "(ID:ysj4412)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끔찍하다. 미국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고 했다면 미국은 발칵 뒤집혔을 텐데…."(ID:pjh1583)라고 했다.

만일 외국인들이 노 대통령의 강연을 접했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 차기 대선 유력 주자들은 함량 미달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품격 문제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을까.

노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 서기 위한 방법으로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택했다면 지나친 일이다. 그는 4년6개월 전 이미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아닌 '국가지도자'가 됐다. 얼마 안 남은 임기 동안 정치 지도자가 아닌 '국가 지도자 노무현'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가영 정치부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