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감독 해임 즉각 철회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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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신환)이 산하단체인 서울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곽승씨에게 지난 15일 '상근일수 미달'을 사유로 보낸 위촉 해지 통보 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향의 연주단원 98명 중 73명이 "적법한 절차나 단원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해촉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요구서에 서명 날인해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전달했다. 곽씨도 19일자로 서울시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사장이 트레이너가 필요하다며 헝가리 출신 지휘자를 불러 주당 1만달러가 넘는 출연료를 지급했다"며 "걸림돌이 되는 나를 제거하기 위해 일부 단원들의 주장을 핑계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곽씨에게 객원 지휘자 이상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미흡했다"며 "로린 마젤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도 일회성 이벤트로 폄하했다"고 맞섰다.

곽씨는 "해촉을 취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음악인 출신의 김사장이 부임한 후 서울시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내놓은 일단의 조치들이 음악감독의 고유 권한과 마찰을 빚은 결과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지원'이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서로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는 것이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서울시향의 올해 마지막 정기 연주회에서는 일단 곽씨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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