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살리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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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끈기·근면성>

<노동시간 줄여도 ″일벌레〃 여전>
요즘 와서 해이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전통적으로 근면하고 끈기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직도 많은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으며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는「일벌레」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일하고 있다.
해외에 나간 우리 교포들의 억척스러움도 널리 알려져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생산현장 근로자의 말처럼「해야 된다」「할 만 하다」고 생각한 일이면 지금도 얼마든지 해낼 자세가 되어있다.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의 풍토가 이같은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기본적인 생활은 어느 정도 충족됨에 따라 일에 대한 치열함이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일하겠다는 의욕을 결정적으로 꺽고 있는 것은 투기와 불로 소 득, 과소비와 행락등 주위레 일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어 마구 써대는 계층을 볼 때 느껴지는 좌절감이다.

<교육열>

<양질 인력 가장 중요한 자산>
누구든 우리나라가 갖고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교육에 대한 높은 옅기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교육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 왔고 지금도 「과외망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자녀의 교육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높은 교육열은 사회적으로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교육에 대한 지나칠 만큼 높은 열기와 투자가 양질의 인력 배출로 이어져 현재의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고 앞으로도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한 나라의 경제력·경쟁력은 기본적으로 노동력의 우열에 의해 가려지고 어느 국가든 교육투자는 미래에 대한 가장 중요한 투자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국민 스스로가 기꺼이 이 같은 부담을 짐으로써 어떤 나라든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교육투자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 비용을 줄여 또 다른 중요한 부문에의 투자를 가능케 하는 선기능을 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열이 잘못된 제도와 편향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열의 바탕 위에서 현행 교육제도의 모순 점을 개혁, 연구·개발과 기술·기능교육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연결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는 어느 나라 보다도 강한 성장 잠재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재주>

<조립금속 반도체서 성가>
한국인의 손재주는 예부터 주변 민족들로부터 그 명성을 인정받아 왔을 만큼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같은 손재주는 세게 기능올림픽에서 우리가 최다 연패를 기록한 데서도 알 수 있다
6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발판은 이 같은 손재주를 바탕으로 섬유·의류·봉제·신발 같은 이른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찾음으로써 가능했고 지금도 조립금속이나 반도체산업 등에서 그 성가를 잃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근로의욕이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끝마무리가 부족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성의부족에 가까운 것이지 손재주가 없어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기술·기능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사회전반에 만연돼 우리의 손재주와 소중한 장인정신을 잃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우리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상승욕구>

<활발한 투자·가계저축 원동력>
모든 통계를 세계 속에서의 자리 매김을 해 보고 그 순위가 얼마나 높아졌느냐가 국민적 관심사가 될 만큼 우리는 남과 비교해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높은 교육열과 근검절약 풍토 등도 이 같은 상향욕구에 바탕을 둔 것이고 지난 15년간 우리경제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기록했고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세계랭킹에 오를 만큼 커진 것도 이 같은 국민 정서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민의60·7%가 자식세대에 가서는 사회적 지위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 (낮다는 7·6%)고 보고 있으며, 당대에서도 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43·9%(낮다는 18·1%) 나 돼 상승에 대한 강한 욕구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발전에 대한 강한 의욕에 바탕을 둔 기업의 활발한 투자활동, 국민의 근면성과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가계저축률 등은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된다.
물론「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도 보듯 이기적인 측면도 있으나 이 같은 부의 축적에 대한 이기심은 활용 여하에 따라 사회적·국가적으로 유용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유교적 윤리>

<비전 제시땐 국민역량 극대화.
흔히 충·효라는 개념으로 표현되는 유교적 윤리관은 우리뿐 아니라 일본·대만등 동아시아권 국가에서 아직도 가장 중요한 이념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윤리관은 국가적 위기를 맞거나 또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뚜렷한 비전이 제시됐을 때 전 국민이 협력·합심해 국민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기업에 있어서는 서양식 계약관계가 아닌 가족적 인간관계를 가능케 해 이직률의 저하나 평생직장의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지난 88올림픽에서 본 것처럼 확실한 목표와 방향이 제시되고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있다면 「몰입」에 의한 효과의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고, 「잘 살아보자」는 한가지 목표에 전 국민이 매달려 이 정도 살수 있게 된 것도 가부장적 가치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또 전통적인 효와 상부상조의 전통은 앞으로 고령화사회를 맞아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도 지적된다.
우리사회가 고령인구를 부양키 위한 복지수요를 충족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노인문제 등은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데 노부모 봉양은 이 같은 부담을 분담시켜 복지수요에 대응학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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