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좋은 수 127, 그러나 대마는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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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4국
[제8보 (119~130)]
白.胡耀宇 7단 黑.李世乭 9단

119부터 사느냐, 죽느냐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격의 명수인 유창혁9단은 "산다"고 한다. 이판 주위에 운집한 젊은 기사들도 "잡긴 힘든데 어떻게 사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이세돌9단의 파괴력을 감안하더라도 땅이 너무 넓은 데다 흑에도 소소한 약점들이 많다. 답은 모르지만 다들 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후에 이창호9단이 얼굴을 내밀었다. 李9단은 전날 중국의 셰허(謝赫)5단에게 패배했으나 서울로 떠나지 않고 젊은 기사들과 함께 이 대국을 지켜봤다.

그 이창호가 127을 보며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126을 두었지만 흑 두점은 안전하다. 그런데 이세돌은 마치 10급 하수처럼 127로 모양사납게 이었고 그 장면을 보며 이창호9단은 좋은 수라고 말하고 있다. 대마의 생과 사도 안개 속이지만 이들 고수의 선문답도 안개 속이다.

127은 왜 좋은 수인가. 흑 두점은 그대로 놔둬도 탈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A, B, C 등 세곳에서 이용당한다. 127은 그 같은 선택권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래도 검토실에선 "산다"가 우세하다. '참고도' 백1,3으로 두면 일단 거칠게나마 사는 그림이 그려진다. 삶의 핵심은 우상 흑의 약점. 백13의 선수가 듣는 순간 15로 젖혀 살고 만다.

그러나 후야오위7단은 130으로 왔고 이바람에 검토실은 잠시 긴장에 휩싸인다. 흑이 D로 들어가버리면 어찌 될까. 백은 물론 E로 중앙을 향해 움직이겠지만 그곳에서 집이 날 수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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