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회오리에 재계 동요/눈치살피기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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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책 일관성 악영향 우려/정보팀 총동원 정치인 연고찾기 분주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 등 정치권이 소용돌이치면서 재계가 내부적으로 동요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그동안 안정되어가던 정국이 다시 불투명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겉으로 드러내 놓지는 않지만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공정선거라는 명분은 좋지만 공식·비공식으로 정치자금을 내야하는 기업들로서는 이쪽 저쪽을 살펴야 하므로 현실적인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라며 『특히 정치의 불안정이 행정 및 정책의 일관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치권의 상황이 경제나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최근 생존차원에서 사내 정보팀을 모두 가동,정치권의 향방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 기획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의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내부적으로 감량경영과 기술개발 등 국제경쟁력의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할때인데도 지난해부터 기획조정실 직원 대부분이 정치동향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며 『최근들어 전직원을 대상으로 정치인과 친인척 등 연고관계를 다시 분석하는 등 대정치권 대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정치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의 엄청난 낭비를 지적했다.
그러나 재계는 내부동요를 바로잡아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국민당 창당으로 이미 현대·대우 등 주요그룹들끼리 갈등이 깊어졌고 제2이동통신 경쟁이 빚어낸 재계 사이의 앙금과 충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창락 전경련부회장은 『정치적인 불안정이 심화될수록 대선과정에서 경제문제에 대해 이성보다는 감정적인 주장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왜곡시키는 잘못이 상당기간 계속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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