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국방부 '맹탕' 브리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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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 국방부는 자기가 답변해야 할 물음을 다른 데로 돌리기에 바빴다.

이날 국방부의 '9개 주한미군 기지 반환절차 종료'에 관한 브리핑은 A4 용지 한 장 분량에 그쳐 무성의한 데다가 알맹이도 없었고 부서 간 협조도 찾아볼 수 없었다.

A4 용지 보도자료엔 ①정부는 캠프 에드워즈 등 9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반환절차를 종료했다 ②정부는 앞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반환된 기지의 활용계획을 수립하겠다 ③정부는 반환 기지 공개 및 설명회를 검토 중이다는 세 줄짜리 내용이 전부였다. 참고자료엔 9개 반환기지의 면적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미군기지 반환절차엔 숱한 이해관계와 의제들이 얽혀 있어 정부의 여러 부서가 2년 이상 작업에 관여했으며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를 복잡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보도자료로 국민의 알 권리와 기자들의 의문에 답하려 했으니 이게 '취재 선진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언론 대하기 방식인가.

일문일답에서 김광우 국방부 시설기획관의 태도는 점입가경이었다.

▶취재진="반환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는 얼마만큼 이뤄졌나."

▶김 기획관="환경부가 그동안 노력해 온 사안이다. 환경오염 치유 수준을 일일이 밝힐 수 없다."

▶취재진="환경오염 치유와 관련해 앞으로 남은 절차는 무엇인가."

▶김 기획관="환경부.외교부 출입기자와 협조하라."

이날 브리핑은 최소한 3개 부처가 연관된 자리였지만 환경오염과 외교 문제를 설명해줄 환경부와 외교부 당국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기획관은 "국방부가 정부 대표로 발표하게 됐다"고 했지만, 내내 국방부 얘기만 늘어놨다. 조금 깊은 질문이 나오면 그는 "모르겠다"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반환될 781만4329평(바다 면적 666만1167평 포함) 규모의 9개 주한미군 기지는 한.미 간 환경기준이 달라 양국의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해당 주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만큼 정보의 투명성과 국민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사안일수록 언론의 이해와 협조,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기자를 자꾸 바깥으로 밀어내 정보를 차단하려고만 하는 정부의 언론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김민석 군사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