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량 묶이고 사우디­이란 대립/OPEC 왜 허물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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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회원국간의 불신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16,17일 양일간 제네바에서 열린 4·4분기 OPEC 각료급 가격감시위원회(MMC)는 OPEC의 최대 무기인 산유량 조정을 통해 유가를 배럴당 21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목표였으나,회원국간 상호불신으로 산유량 쿼타가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만 확인해 「국제 석유시장내 OPEC 점유량」이라는 변칙적인 합의에 그쳤다. 또 에콰도르는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분담금 등 4백만달러의 경비를 치르고도 비회원국인 멕시코·영국 등이 적용받지 않는 쿼타에 묶여 손해를 보고 있다며 OPEC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다 OPEC내 제2의 산유국인 이란은 『이번 MMC 합의가 유가인상을 통한 회원국 이익보호라는 목표에 미흡한 것』이라며 이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수급 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수출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MMC를 계기로 국제석유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OPEC의 공급 조절기능 자체가 절름발이가 됐으며 알제리 등 외채난에 허덕이는 여타 회원국들이 양산체제에 들어갈 경우 분열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73년 중동전 때 등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일으키며 국제경제·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OPEC가 이처럼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유가수준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산유국 증가에 따라 쿼타에 묶인 OPEC 회원국의 상대적 손실 등에 기인한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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