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자실 통폐합 배경 '닮은꼴'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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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KBS 지회장(右) 등 한국기자협회 서울 지역 지회장단이 31일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임기 말의 노무현 대통령이 기사 송고실 폐지 검토까지 거론하며 언론과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이제 정치권은 기자실 통폐합의 배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두 가지 의도로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첫째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고, 둘째는 연말 대선에서의 친노 세력 결집이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청와대가 지침을 내놓은 뒤 정부 부처들이 취재 거부 및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을 막는 등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언론 통제에 나서고 있는 건 레임덕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친노 세력의 결집뿐 아니라 국민에게 언론을 타파해야 할 기득권 세력으로, 기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또 정형근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은 늘 논의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고 화두를 던져 존재감을 드러낸다. 잊히는 걸 못 참는다"며 "이번엔 언론을 그 대상으로 잡았고 언론이 대응할수록 더 좋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범여권 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에선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대립을 한나라당,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과의 확전으로 몰고갈 경우 레임덕을 방지하고 친노 세력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나오기도 했다. 송영길 사무총장이 지인에게서 얻었다는 이 문건엔 "청와대가 새로운 대결 소재로 정국 주도 유지를 꾀했지만 이는 한나라당 등에 언론관계법 수정의 빌미를 제공하는 전략적 실수"라는 지적도 있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이 예상외로 모든 언론의 반발을 불러오자 구도를 '정권 대(對) 언론'에서 '언론 기득권 대 국민'으로 옮겨가려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언론에 대해 더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언론의 반발이 국민의 반감으로 이어지면 결국 대선에서 유리할 것이란 의도가 깔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민생정치모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끌고 가기 위한 전략으로 이번 정책을 마련하면서 전 언론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청와대가 실수한 것"이라 꼬집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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