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셋째아이 갖기」유행(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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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모들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 셋이 좋다”/최근에는 도시여성들 출산율이 「농촌」앞질러
평소 알고 지내는 프랑스 부부로부터 얼마전 엽서한장을 받았다.
『레미와 질리에트의 여동생 카미유가 ○일 ○시에 태어났음을 알려드리게 돼 대단히 행복합니다.』
한마디로 셋째 아이를 낳게 됐으니 축하해 달라는 얘기였다.
간단한 선물 하나를 사들고 인사를 하러 갔다. 이런 저런 얘기끝에 셋째 아이를 갖기전에 좀 망설이지는 않았었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대답이 이어졌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세명이 좋지 않겠느냐』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었다.
요즘 파리사람들 사이에 셋째 아이를 갖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마전 프랑스 환경장관이 된 세골렌 르와얄여사(38)가 장관 입각직후 분만한 세번째 아이를 안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히 웃는 모습은 이러한 유행을 대변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의 프랑스 출산통계는 파리여성들의 뚜렷한 출산율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70년대초의 경우 파리여성 1인당 출산율은 1.3∼1.4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1.82명으로 크게 높아져 농촌지역 여성의 평균출산율(1.75명)을 오히려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생활의 질적 여유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논리적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하기야 유행에 무슨 논리가 필요하겠는가.
요즘 서울에서도 강남주부들 사이에 늦아이 갖는게 유행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파리주부들의 세아이 유행이 서울의 강남까지 번져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우연한 바람치고는 너무도 신통하게 서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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