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퇴임 관료들 지역사랑 모임 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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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록 몸은 떠났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치 맙시다."

혈연.지연.학연을 뛰어넘은 아름다운 이웃사랑 운동이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의정부에서 기관장으로 일하다 자리를 옮겼거나 퇴임한 이들이 '정승마을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모임은 1998년 1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의정부 우체국장을 지낸 뒤 정년퇴직한 김정일씨가 2000년 5월 결성했다. 그는 "지역 기관장으로 재직했던 의정부시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해보자"며 안면이 있던 전직 기관장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의정부 지방노동사무소장을 지낸 권성진씨, 의정부 교육장을 역임한 임승길씨 등 6명이 의기투합하면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조선조 국정 최고기관인 의정부(議政府)가 3정승과 6조 판서들이 모여 국사를 논의한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데 착안,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모임 이름을 '정승마을 사람들'이라고 정했다.

이어 의정부 시내에 사무실까지 마련, 성금을 모아 관내 불우노인 위안잔치를 후원하거나 고아원을 찾아 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소리 없이 이웃사랑 운동을 실천해 왔다.

이후 회원이 꾸준히 늘어 현재는 역대 기관.단체장 17명을 포함해 지역 기업인.문화예술계 인사.현직 기관장 9명도 가세해 모임 결성 3년여 만에 회원이 26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난 12일 송년의 밤 모임에서 관내 보육원인 '이삭의 집'에 20만원을 후원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매월 20만~30만원씩 회비를 거둬 보육원.양로원.소년소녀가장.혼자 사는 노인 등을 지속적으로 돕기로 했다. 또 회원들이 1천만원을 우선 갹출해 내년 말까지 장학기금을 조성, 결식아동 및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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