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기업 무역분쟁 잦다/올들어 상담 56건,클레임 5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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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측 계약위반·불량품 양도/자국기준 내세우며 “생떼” 일쑤
중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중기업간의 무역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법·제도가 크게 다르고 법적인 분쟁해결방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데다 국내에 중국투자전문가도 거의 없어 국내기업들이 크게 고전하고 있다.
특히 한중수교로 양국간 교역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빠른 시간내에 중재협정체결 등 무역분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5일 대한상사 중재원에 따르면 작년까지는 한중직접교역에서 생긴 무역분쟁 해결건수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으나 올해는 지난 8월말까지 56건의 상담과 5건의 클레임이 들어왔다. 이중 클레임 3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리기업이 중국기업을 상대로 낸 것이었다.
지난달 31일 『중국기업이 자작나무청량음료의 독점공급계약을 깨고 국내 다른 업체에도 팔고 있다』며 50만달러 규모의 클레임상담을 해온 A음료업체와 같이 대부분 중국기업의 계약위반·불량품양도·대금미지급 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은 아예 클레임에 응답조차 하지 않거나 자기 주장만 펴는 「생떼」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않아 우리기업들을 더욱 곤혹케하고 있다.
중국측에서 12만4천달러어치의 시멘트를 수입키로 한 J무역은 지난 7월 반입한 절반물량이 이물질 때문에 쓸 수 없자 중국측에 항의했으나 중국측은 『우리 검사기준에는 통과됐다』며 나머지 2차분도 보내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유통업체인 H사는 중국기업으로부터 불량더덕 9백만원어치를 받아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의 교역에서 우리기업들은 중국정부와도 상대해야 하는 입장으로 지난달초 다소 녹이 슨 프레스기계를 중국기업에 수출한 중견기계업체인 K사는 당초 중국기업의 양해를 얻었으나 중국정부가 중국기업에 클레임을 걸도록 하는 바람에 결국 클레임을 받았다.
또 중국측은 개발계약서 대신 정부의 형식적인 「표준계약서」만으로 계약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인들은 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고 상의할 전문가도 없어 계약을 한뒤 손해를 보거나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않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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