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교에 한국어반/산동성 청도시 「제31중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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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기업 취업위해 개설
『안닝하십니까.』 「안녕」을 중국식 억양으로 발음하는 중국 남녀고교생들의 인사소리가 교실을 찌렁찌렁 울린다.
한국교포가 밀집해 살고 있는 동북3성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고교생을 대상으로 정규 한국어반이 설치된 산동성 청도시 「제31중학」(교장 손청복·38)의 한국어 학습광경이다.
지도교사 김동언씨(55)가 중앙일보 취재팀을 소개하자 깍듯한 인사와 함께 열렬한 박수로 맞은 학생들은 김 교사의 『두우(독)!』(읽으세요)하는 지시에 따라 『안닝하십니까』 『감사합니다』하며 큰 소리로 교재를 읽어나갔다.
한국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초중부와 고교 과정인 고중부가 설치돼 있는 「제31중학」은 전교생 1천5백여명,교사 1백42명으로 청도시의 중점(우수)학교 가운데 하나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청도에 한국 기업체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이 많아져 이번 신학기에 한국어반을 신설했다는 손 교장은 한중수교가 겹쳐 수강을 원하는 학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현재 청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모두 87개 업체. 올 연말까지 1백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도시 정부는 이 지역에 조선족이 드물어 한국어 전문가를 자체양성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한국업체 진출 지역에 가까운 「제31중학」에 한국어반을 설치,한국어 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게 된 것.
한국어 교재와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북경·연변 등지를 수소문해온 시교육국·학교관계자들은 삼성 청도사무소 김손희소장의 알선으로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접촉,도움을 받았다.
연세대 김은숙교수가 한국어교재를 들고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이곳을 찾아 한국어 담당교사에 대한 강습을 실시한 것.
첫수업을 끝낸 오검양(16·고1)은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궁조붕군(16)은 『발음이 어렵다』면서 『한국의 선진기술을 배워 중국의 개방·개혁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손청복교장은 『한국어 보급은 청도시에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도대에 곧 한국어 전공 학과가 설치돼 한국어반은 대학 진학과 취업의 두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청도=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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