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뿐인 교육|김 향 숙 <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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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루 앞둔 날 저녁. 내일이면 드디어 이 소란꾼들로부터 놓여나는구나 하고 시원해 하고 있는데 고등학교1 학년인 아들이 갑자기 위가 아프기 시작한다. 자꾸만 배를 어루만지며 괴로운 표정인 아들의 소하불량증세는 고등학생이 된 요즘 더욱 자주 나타난다.
공부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겁게 다가오는 입시에의 부담감이 무척이나 힘이 드는 모습이다. 아직 1학년인데도 말이다.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것이 나와도 서로에게 묻는 일조차 없다는 삭막한 교실. 그 교실로 다시 들어서야 하는 아들에게 소화불량은 어김 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재미 있을리 없는 학교생활도 그렇지만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지긋지긋한 공부는 계속된다. 학교에 가면 자신보다 앞서가는 듯한 친구 때문에 괴롭고 집에 와서는 내신이니 석차니 하며 걱정스러워 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지친다.
열일곱의 나이란 입시라는 관문을 앞두고 있지 않더라도 그 마음의 단단함이 엷어 얼마나 다치기 쉬운 때이던가. 신체의 무쌍한 변화만큼이나 그들의 나이가 겪는 심리적 불안은 폭풍우 보다도 더 격렬하다. 자신에 대한 기대는 마냥 높기만한데 그 기대치를 따를 수 없는 스스로의 왜소함이 열패감이 되어 자의식의 한 모퉁이에 뿌리를 내릴 때의 혼돈스러움과 자괴감, 우리집의 경우를 보더라도 녀석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
공부를 더 열심치 해야 한다고 걱정하면 억압감을 준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또 스스로의 능력에 맞는 곳을 찾으면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암시받는 것같아 자존심에 상처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도 중요하고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오직 책상앞에만 앉아 학과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지극히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점철되고 있다. 교과서 이외의 지식은 아는 것이 없는 두부꼴 모양의 인재들만 생산할 뿐인 교육으로 국제화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지금 말하는 한국병의 병인이 다름아닌 우리네 교육에서 시작되는 것이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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