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대비 집중 학습 석달새 300점이상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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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사립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손꼽히는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에 수시합격 한 오창민(18)군. 오군은 오는 9월 학기부터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계 일류의 명문대 대학생이 된다. 오군의 전공은 항공우주 기계공학(Mechanical Aerospace Engineering). 코넬대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공대의 유망학과에 이미 합격증을 받아논 것이다. 지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12학년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코넬대를 택한 이유를 묻자 “호텔 경영학이 세계 1위인 만큼 학교식당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해서”라면서도“공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 수준이 제일 높다”고 자랑한다.
오군은 소위‘조기 유학생’이다. 2001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곳 캐나다 밴쿠버로 조기유학 와 6년 가까이 한국을 떠나 있었다. 처음엔 어머니, 그리고 두 남동생과 함께 왔다가 2005년에 두 동생과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혼자 밴쿠버에 남아 학업을 계속해 왔다.
그간 홈스테이에서 머물며 사립 아카데미를 다니다 10학년부터는 노스 밴쿠버의 한 기숙학교에 입학해 공부해 왔다.
오군이 기숙학교를 택한 것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학교와 홈스테이 집을 오가고 방과 후 활동을 위해 따로 움직여야 하는 불편이 없기 때문이었다.
공부ㆍ과외 활동ㆍ기숙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유학와 줄곧 있었던 밴쿠버를 떠날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작용했다.
또 기숙학교의 장점은 교사와 학생 간의 친밀도이다. 방과 후 혼자 공부하다가도 궁금한 게 있으면 이웃에 사는(교사가 학교 안에 기거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을 찾아가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기숙학교의 교사와 학생은 거의 가족같은 친밀감을 유지한다.
오군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적인 SAT 준비, 그리고 적극적인 과외활동에 있었다. 그간 꾸준히 준비해 왔지만 최종 테스트 시한을 앞두고 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SAT 시험에 대비한 것이 효과를 봤다. 코넬대의 수시입학 SAT 합격선은 2080점 정도인데, 오군의 점수는 2170점으로 여유 있는 점수였다.
사실 집중적으로 SAT 준비를 하기 전에 오군의 점수는 1700점대. 3개월의 집중 학습이 효과를 봐 이후 점수를 훌쩍 높일 수 있었다. 요즘 명문대의 입학 사정을 보면 학교성적 외에 과외활동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오군의 경우 한때 음대 진학을 고려했을 정도로 악기를 잘 다룬다.
입학 지원시 참고 자료(supplement)로 세 곡을 각기 다른 악기로 녹음한 연주 CD를 제출하기도 했다. 악기 연주 외에도 학교의 운동 서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다양한 사회단체 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다.
영어는 현지인들한테 뒤지지 않겠다는 독기를 품고 열심히 했다. 영어 때문에 여기까지 유학 왔고 또 과외까지 받는데 이곳 사람들한테 뒤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아니 영어는 즐기면서 재미있게 해나갔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해서 영어 가사를 많이 듣고 직접 영시를 써보기도 했다. 한 사립학교에서 주최하는 영시 대회에 출품하기도 했으나 아쉽게 입상은 하지 못했단다.
에세이 준비는 ‘타임’지를 가지고 했다. ‘타임’지의 맨 뒷면에 있는 칼럼니스트들의 에세이를 열심히 정독했다.
미국 최고 시사 주간지의 최고 칼럼리스트들의 에세이이므로 좋은 표현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으로 읽고 따라 쓰고 모르는 단어는 무작정 외웠다. 따로 별도의 토픽을 정해 직접 에세이를 써보기도 했다. 에세이를 쓸 때는 익혀둔 좋은 문장들을 적절히 활용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오군의 글은 자연히 논리와 설득력을 갖추고 됐다.
이미 명문대 합격을 한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따로 부탁했다. “공부만 하지 말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SAT나 GPA 점수가 좀 낮더라도 과외활동으로 커버할 수 있다. 즉 공부보다 다방면에 걸친 활동이 중요하다. 자원봉사도 대학을 가기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봉사하면 그곳에서 보람도 느낄 뿐더러 추천서까지 써준다.”
실제로 오군도 이곳 저곳 자원봉사 정보를 유심히 찾다가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실험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관심 있는 분야라 재미있었고 유용한 경험을 쌓았음은 물론 훌륭한 추천서까지 받아 쥐었다. 오군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소식을 가끔 듣곤 한다.그런대 정말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대학이 떨어져 재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그는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대학을 못 갈 바에는 영어만 좀 준비되면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공부해 명문 주립대에 편입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라며 나름의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조기유학에 대해선 “자기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은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한국에서 잘 안돼 오는 도피성 유학은 여기 와서도 마찬가지”라고 잘라서 말한다. 이런 경우 수천만 원 들여 유학 올 바엔 한국에서 과외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조기유학을 와도 한국 학생들이 적은 시골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영어를 빨리 체득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오군의 조언이다.
그는 한국과 캐나다 학생들의 차이에 대해서“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 강하다. 미국 어느 대학을 가도 공대 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캐나다 학생들은 한국 학생과 달리 대학만이 목표가 아니다. 이곳에 어렸을 때 유학 온 한 한국 친구만해도 일찍이 파일럿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항공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 친구는 대학진학이 아닌 자동차 세일즈를 직접 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워 놓고 있기도 하다.
오군은“부모님의 재정 사정이 가능해 이렇게 조기유학 와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직접 발로 뛰어가며 정보를 찾고 알아봐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명우 기자[myungw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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