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베트남에 수출 '꿩 먹고 알 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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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25년 이상 운행 해온 중고 지하철 전동차를 베트남에 수출합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광역철도기획단(HRB)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 나라 최대의 상업 도시인 호찌민시와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협상이 이뤄지면 서울 시내에서 타던 지하철 전동차를 하노이.호찌민 등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베트남에는 현재 지하철이 없지만 이르면 내년 말부터 지하철 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서울메트로 이종성 신규프로젝트 반장은 27일 "베트남은 수도인 하노이와 남부 상업 중심지 호찌민에 각각 8개.6개 등 총 14개 노선의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고 지하철 전동차 수출은 30년 이상 지하철을 운영해 온 서울메트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베트남에 도움도 주고 중고 지하철 전동차를 팔아 수익도 거두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지요. 쓰지도 못할 중고 지하철 전동차를 수출했다가 한국의 이미지만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현행 도시철도법은 지하철 전동차의 내구 연한을 25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정비.운영 기술 등이 떨어져 25년 넘게 사용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관련 기술력이 미국.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지금은 지하철 전동차를 40년까지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더 탈 수 있는 지하철 전동차를 25년이 됐다고 폐기해야 하니 아깝지요. 2010년까지 교체 대상이 되는 전동차는 전체 1944량 중 690량에 달합니다.

한국에서 쓰던 전동차를 베트남에 수출하면 기대되는 이익도 많습니다. 우선 노후 전동차를 현재보다 20~30배 가격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폐 전동차량은 지금까지 고철이나 카페용으로 대당 450만원 선에서 거래됩니다. 이 중고 전동차를 수출하면 대당 최소 1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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