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타곤선 마음대로 직원 만나 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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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1층에는 브리핑룸이 있다. 그 옆에는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기 위한 취재 편의 시설이 있는 프레스룸이 있다. 프레스룸은 한국의 기자실에 해당한다.

미 국방부는 이 밖에 CNN과 ABC 등 주요 언론사에 별도의 단독 기자실도 제공하고 있다. 펜타곤 출입기자들은 복도를 마음대로 다니며 국방부 직원 및 합동참모본부의 군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같은 펜타곤의 브리핑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국방 홍보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국방부는 지금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국방부 청사 바깥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현재 국방부 내에 위치한 기자실을 국방부 울타리 밖에 있는 민원실 건물 등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이 국방부로 들어오려면 출입 목적을 밝힌 뒤 임시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브리핑룸을 유지하는 대신 기자실을 국방부 영외로 옮기라는 게 국정홍보처의 지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실을 국방부 울타리 밖으로 옮기면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다른 관계자는 "기자실을 국방부 바깥으로 옮긴 뒤 기자들이 출입증을 받고 국방부로 들어와 면담을 요청하면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되는데 과연 누가 만나 민감한 질문에 답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도 국방부에서의 취재 여건은 매우 제한적이다. 기자실과 브리핑룸은 신청사의 1층에 있지만 사무실 출입과 직원 접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방부 청사 내 일반 사무실은 모두 보안장치가 돼 있어 기자 출입증으로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또 국방부는 국장급 이상만 기자와 접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사전에 전화를 걸어 약속하고 언론 담당 직원 등 제3자가 동석하도록 하고 있다.

자연히 진급 등을 의식한 현역 군인들은 언론과 접촉을 피한다. 정부에 불리한 설명을 했거나 허락받지 않고 언론과 접촉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펜타곤=미국 워싱턴 DC의 남쪽 지역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1943년 오각형(펜타곤)으로 지어졌는데 지하 2층을 포함한 5층 건물로 복도 길이만 28㎞다. 2만6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가 최고 기밀정보가 집중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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