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과 교양겸비 늘 당부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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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적당히 훈련해서는 결코 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것을 또 한번 절감했습니다. 감독·코치·선수가 삼위일체가 돼야함은 물론이 구요.』
최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부단장으로 참가, 여자 대표선수들을 돌보고 돌아온 윤덕주 대한체육회부회장(71)은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체육계의 숨은 대모. 고희를 넘어선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 3시간도 채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 참가자들간의 화합을 다지며 알뜰하게 선수들을 보살펴「남자군」의 위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확인시켜준 숨은 공로자다.
그가 준비해간 밑반찬만도10여가지. 그것도 선수들의 입맛이 출신지에 따라 다른 것을 감안, 경상도 선수들 용으로는 짜게, 서울·중부지역 선수들을 위해서는 달게 조리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입이 짧은 김수녕 선수가 사랑니 때문에 고통받아 무척 안타까웠어요. 나름대로 밥통을 두개씩 준비해 들려보내곤 했지만 선수 고생이 심했지요.』그는 배드민턴 복식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후 정소영 선수가 고열로 코 주변의 피부가 터지는 것을 보고 경기를 치르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가를 새삼 느꼈다고 들려준다.
그 자신 숙명여고 농구선수출신으로 졸업 후 숙명여자구락부(현 어머니농구단 전신)의 산파역을 맡기도 하는 등 농구계와의 인연을 계속해오다 89년2월 대한체육회사상 첫 여성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선수가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했던 우리의 선수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지원 체계가 발달돼 있어 한결 손쉬운 편인데도 과거에 비해 치열한 승부정신은 줄어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인다.
여자선수들에게 윤 부회장은 늘 운동기량뿐 아니라 교양과 도덕을 기르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여자중의 여자」가 되라고 당부하곤 한다.
사업을 하던 윤 부회장의 부군은 18년 전 작고했고, 슬하의 1남7녀는 모두 결혼, 현재 22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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