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되는 동북아질서(한·중 수교시대: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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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대 부푼 “10억인 시장”/수출기지보다 내수시장 중시/투자전략 대기업형 전환해야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커다란 가능성을 주고 있다. 첫째는 방대한 시장으로서의 가치며,둘째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등 우리경제의 보완적 존재로서의 가치다.
이 두가지 가치는 상당부분 서로 상충되는 것인데 현재로선 수출생산기지로서의 활용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갈수록 그 가치가 줄 수 밖에 없는 반면,중국 자체시장이 갖는 거대한 잠재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는 올들어 형식상 민간차원이지만 사실상 정부간 협정에 다름없는 무역협정 및 투자보장협정이 이미 체결됐고 이제 공식수교에 따라 투자보장협정과 항공협정 등 다른 경제관련 협정들도 조만간 맺어질 전망이므로 투자 및 교역에 있어 적어도 법적·제도적 보장은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틀의 확보가 곧바로 중국과의 획기적인 경제교류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진출동기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가격경쟁력을 확보키 위해 우회수출생산기지로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대중투자시 중국의 내수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으며 국내에서의 임금상승이 보다 심각한 일부업종의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85년이후 올해 5월까지 중국에 이뤄진 투자(한은 허가기준)가 총 2백55건에 투자금액이 2억3천7백68만달러로 건당 평균 투자금액이 1백만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대외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체제의 이질성은 익숙하지 못한 관행,불명확한 제도와 잦은 규정의 변경 등으로 나타나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또하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데는 우리 기업,또는 정부 스스로 중국에 대한 투자가 그들로 하여금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는 계기를 마련해줌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우리 시장에 역침투하는 이른바 부머랭효과와 이에 따른 우리산업의 공동화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짙게 깔려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한 장·단기적인 고려가 모두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수출기지로서의 가치보다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하다.
중소기업 위주로 저임금을 활용,제3국수출을 겨냥하고 있는 현재의 대중진출 전략은 투자위험성이 적고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으나 중국내 경제특구 등에서 보이는 빠른 토지사용료 및 임금상승,외자도입과 기술 도입을 연결하려는 중국의 외자도입정책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이점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상대지 수직적인 분업관계를 갖는 나라가 아니다. 따라서 이제 중국에 대한 투자도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겨냥한 대기업형으로의 전환이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체제불안 등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는 업계만이 아닌 민관합동의 면밀한 전략하에 추진돼야 한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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