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농산물 경매 사 김윤중씨|"적정가격 유도에 온힘 쏟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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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매사 김윤중씨(44)는 나날이 달라지는 농산물 가격결정을 선도하는 사람이다. 그는 생산자인 농민에게 보다 알찬 수입을, 소비자의 식탁에는 보다 값싸고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새벽시장을 밝히는 사람이다.
현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내 농협가락공판장 부장장인 그는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터줏대감. 풍부한 경험, 출하 주 및 중매인과의 폭넓은 대인관계, 뛰어난 순발력을 밑천으로 한국최대 도매시장인 이곳에서도 손꼽히는 경매 사로 자리를 굳혔다.
가락공판장내 18명의 경매사를 지휘하는 경매 역이기도 한 그는 『경매 사는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농사일을 하다 16세 때 상경한 그는 농협공판장에서 임시직의 판매보조원으로 시작, 경매 사의 터전을 닦았다.
청량리·용산·가락동공판장을 거친 김씨는 경매 사에게 필요한 날카로운 판단력, 억센 하역인부들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함께 물건을 공판장에 내는 농민과 물건을 사는 도매시장소속중매인들을 속속 끌어들이는 남다른 재주를 가져「타고난 경매 사」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가 하는 일은 우선매일 오후 5시 이후 시작되는 농산물경매에 앞서 하역인부들이 내려놓은 채소·과일들을 상·중·하로 분류해 경매순위를 결정하는 일.
발췌된 견본이 놓여진 경매대로 중매인들이 모이면 그는 걸쭉한 호창으로 경매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물건」을 취급하는 일이기 때문에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농산물들의 가격을 종류별로 1~3분 안에 적정 선에서 결정해내야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생산자인 농민과 중매인들이 모두 만족하는 값을 뽑아내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며 그의 고민인데 전날의 경매가격, 당일의 입하물량, 앞으로의 생산추이 등이 그가 가격결정 때 고려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단 경매에 들어가면 가격을 표시하는 중매인들의 손가락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항상 공정한 가격을 뽑아내려는 노력 탓인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 경매업무를 끝낸 후 그가 하는 일은 전화 등을 통해 출하주인 농민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이 대화를 통해 그는 도매시장의 상황을 알리기도 하고 새로 심을 품종에 대해조언하기도 한다. 서로이해가 엇갈린 양쪽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당연치 이러한 일을 잘해내는 경매 사에게 농민이 물건을 출하하려하고 상인들도 더욱 몰려들게 마련이다. 88년 이후 경매사가 되려면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관하는 필기 및 실기시험을 거쳐 경매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을 물 흐르듯 원활하게 하려면『혼사의 중매쟁이와 같은 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씨가 동료 경매 사들과 함께 지난해가락공판장에서 소화한 물량은 약 1천2백억 원 어치. 현재 전국의 농산물 경매 사는 6백여 명이며 김씨의 연간 수입은2천2백 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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