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에 유의할 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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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중수교가 임박했다. 양국 정부간에 수교협정 내용에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져 빠르면 내주중에 수교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일·러·중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된다. 5공때부터 제기되어 노태우대통령 정부에 의해 본격 추진됐던 북방외교도 그의 임기중에 잘 마무리되는 셈이다.
어차피 시간문제이긴 했지만 중국과 수교의 의미는 심장하다. 우선 당장은 북한이 한중수교에 크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까지 한국과 수교하는 마당에 북한이 택할 수 있는 활로는 개방의 가속화를 통한 미일과의 관계개선 뿐이다. 작년 이붕중국총리가 평양방문시 한국의 유엔가입에 반대할 수 없다고 한 통고는 북한의 유엔가입정책 대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한중수교는 또 한차례 북한 대외정책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개발의 고리를 풀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도 결국은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렇게 한중수교는 남북관계의 발전 및 주변 4강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깊이 유의해야 할 측면도 있다.
우선 대만과의 관계다. 중국은 외국과 수교시 「하나의 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그 하나의 중국이라는 것을 부동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때문에 미일을 비롯해 어느 나라도 중국과 수교시에는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협회」「위원회」「연락대표부」 등의 이름으로 비공식 관계만을 유지했다.
우리나라와의 수교에서도 중국은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분단국이면서 중국은 남북한과 동시 수교하면서 우리에게만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하는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독립운동당시부터 국민당 정부의 호의를 입었고,더구나 현재 경제적으로 번영한 대만은 오히려 중국보다 우리에게 더 유용한 경제파트너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중수교는 대만에 가급적 상처가 덜 되고 양국관계가 덜 훼손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대관계의 격하가 불가피하더라도 가급적 국가관계에 준하는 대표부를 유지함으로써 대만과의 통상·경제·문화협력관계가 지속·발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신보도처럼 대중수교를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한다는 것 같은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겠다. 정부가 공식 부인하고 있어 더 언급하고 싶지 않으나 대소수교때처럼 돈을 주고 사는 것 같은 수교는 더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노 대통령의 북방외교는 성공이 아닌 허장성쇠와 부담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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