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보다 재활대책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뚜렷한 이유 없이 22명의시민들에게 중경상을 입힌 정신질환 운전사 이봉주씨의 사건을 다루면서 언론들은 정신병력자가 6년 간이나 버젓이 운전을 해왔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면허취득자에 대한 사후관리의 문제점을 주로 제기했다. 범죄동기의 비상식성과 결과의 엄청남, 그리고 범죄도구가 차량이란 점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언론이 이 사건을 모든 정신 질 환자들의 경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며,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첫째, 대부분의 정신 질 환자들이 실업의 상태에 있는 것과는 달리 이봉주씨의 경우 여러차례 입원과 재발의 고통 속에서도 6년 간이나 운전을 하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왔다는 점은 퇴원 이후 정신 질 환자에 대한 아무런 보호대책이 없는 우리나라정신보건체계의 문제점을 여실치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선진국과 같이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퇴원 후 적절히 보호해왔다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신 질 환자들은 이러한 보호체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둘째, 정신분열증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7천명 중 운전면허를 소지한 1천10명이 모두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범죄동기의 비상식성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할 뿐 일반인의 범죄율에 비해 높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셋째, 정신 질환자에 대한 사회복귀대책도 없고 장애연금도 지급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각종자격증 취득을 여론재판을 통해 엄격하게 규제하기만 하여 경제활동을 막는다면 과연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있어 정신 질 환자를 더욱 규제하고 격리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하여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