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정비 성행/택시가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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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비 아끼려 자격증없는 정비사 마구 고용/심하게 파손된 차체 판금·용접 등 자체 수리/당국 단속도 않고 모른척
최근 운수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택시회사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정비공장에서의 정비를 외면한채 사내에서 자체정비하는 사례가 늘어 부실정비로 인한 사고 우려가 높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간단한 부품·교환·점검 등 경정비는 자동차 사용자나 택시회사가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대부분 택시들은 허가 정비업소에서만 할 수 있는 용접·도색·판금뿐만 아니라 엔진 등 주요 부품의 교환·점검까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실태=18일 오후 서울 H운수 차고지 한쪽 구석에서는 택시 7대를 자체 정비하고 있었다.
이중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된 택시 4대는 정비공이 엔진 등 모든 부품을 뜯어낸뒤 내부 정비하고 있었고 나머지 차량 3대도 법상 정비업소에서만 할 수 있는 판금·도색 작업중이었다.
이 회사 운전사 이모씨(35)는 『지난해 11월 피해견적이 2백30만원이나 되는 큰 자동차 사고를 냈으나 용접·판금·엔진·점검 등을 회사에서 고용한 정비공들이 모두 했다』며 『아무래도 기술이 떨어져 몰고 다니기가 불안하다』고 했다.
S운수의 경우 차고지안에 10여평의 간이 정비공장을 마련,7명의 정비공을 고용해 사고차량을 정비하고 있는데 이중 1명만이 정비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점=운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많은 택시회사들은 자신들이 사고를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정비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또 개인택시들도 소요경비가 정식 정비업소의 절반수준이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이점 때문에 카인테리어점 등 불법 정비업소를 찾고 있다.
택시의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보통 버스와 달리 정비소홀 등을 조사하지 않고 당국이 정기적 단속활동을 벌이지 않는 점을 이용,이같은 불법정비가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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