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데이

사르코지의 외교정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러한 변화는 어떤 사람에겐 '프랑스가 글로벌한 세계에서 현대적인 외교정책을 펴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겐 단지 샤를 드골이 대통령이 되기 전 프랑스 4공화국이 수행했던 외교 방식으로의 회귀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프랑스 외교정책에서 주요하고 명확한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사르코지가 과연 그러한 유턴을 해낼 수 있을까?

한 국가가 과거와 단절하는 외교정책을 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교에선 역사.지리.전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익이 강력한 기초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르코지는 선거 기간 중 내건 공약과 달리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정책의 연속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

최근 몇 달 사르코지는 두 가지 다른 태도를 보여줬다. 첫째는 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전까지 취했던 것이다.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보여 주고 싶었던 그는 새로운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별명인 '미국인 사르코지'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파리 주재 아랍권 국가 대사들에게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드골주의적 입장으로 되돌아왔다. 예를 들면 그는 이라크 전쟁에 프랑스가 참전하지 않았던 것이 사려 깊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 그는 아마도 프랑스 5공화국의 전통에 더 가까우면서도 뭔가 새로운 차원의 태도를 취하려 할 것이다.

사르코지의 최우선 업무 중 하나는 2005년 유럽 헌법이 프랑스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중단된 새로운 유럽 건설에 다시 착수하는 것이다. 사르코지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 사건을 떠올리며 "프랑스는 유럽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과의 역사적인 우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노력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르코지가 미국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를 원했다 하더라도 수완을 부릴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힘이 빠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을 향한 프랑스의 노력들이 항상 충분히 주목받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드골이 집권 초 미국.영국과 프랑스가 참가하는 삼두체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이끌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누가 기억하는가? 그 제안은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에 의해 거절당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미국과의 무조건 연합이 아닌, 전통적 동맹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5공화국의 전임 대통령 다섯 명은 자신의 색깔을 가미하면서도 공통의 외교 유산을 만들어 왔다. 드골의 후임자 중 어떤 사람이 드골식 외교정책을 일부 파기했더라도 그것은 단지 그리하는 것이 프랑스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6대 대통령인 사르코지도 이와 비슷하게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 전략문제 연구소장
정리=박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