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소비자원] 뜨거운 커피 마시다 입은 화상 얇은 컵에 담은 업체에도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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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최모 양은 일요일 오전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일회용 커피를 샀다. 뚜껑이 있는 일회용 컵 속에 커피믹스 가루가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 뚜껑을 열고 편의점 온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3분의 2쯤 담아 나오던 최양은 커피를 마시려다 뜨거운 기운이 손에 전해져 컵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커피가 가슴으로 쏟아져 2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제품을 만든 S사에 화상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소비자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배상을 거부했다. 그는 병원비 영수증 등을 갖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사건을 상정했다. 조정위는 최 양의 손을 들어줬다. 제품의 뜨거운 특성에 맞춰 안전한 컵을 공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병원비와 약값 등을 물어 줘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S사는 컵을 두껍게 만들거나, 보조 손잡이를 부착하거나, 컵을 끼울 수 있는 두꺼운 종이를 함께 제공하는 등의 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소비자도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를 잘 살피지 않고, 뚜껑을 덮고 마시지 않은 과실이 있어 배상액은 손실액의 40%로 잡았다. S사 역시 조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맞서 사건은 법원까지 갔다. 2002년 7월부터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를 본 소비자는 제조 사업자한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상을 받으려면 제품 설명에 기재된 용법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 사용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제조사에 이를 알리고 해당 제품과 제품 구입 영수증, 병원비 영수증 등 손해를 입증할 만한 물건과 서류를 잘 챙겨야 한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사무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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