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왕 컴퓨터사」 법정관리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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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50억불 누적적자… 종업원 5,000여명 감원
워드프로세서업계의 선구자인 미국의 왕 컴퓨터사가 18일 파산법 11조에 따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왕 컴퓨터사는 금년 2·4분기중 1억1천6백3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총 1만2천5백명의 종업원중 앞으로 약 5천명을 감원,기구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사는 그동안 1백5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냈는데 지난 80년대 초반까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꼽혀온 과거와 비교해 볼때 컴퓨터업계의 엄청난 부침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왕사는 중국계 이민인 안왕이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51년 보스턴의 철물가게 옥상에서 초라하게 출발했으나 70년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불행하게도 왕사는 워드프로세서만 믿고 81년 IBM이 내놓은 퍼스컴의 위력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눈부시게 빠른 퍼스컴의 발전은 80년대 중반 워드프로세서를 완전히 압도했다.
89년에는 장남인 프레드릭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90년 3월에는 안 왕이 숨을 거두면서 왕사는 전제너럴 일렉트릭 중역인 리처드 밀러를 스카우트,마지막 경영권을 맡겼다.
밀러 회장은 3만명에 달했던 종업원의 절반을 해고하고 8단계나 거쳤던 판매주문을 단 두과정으로 단축하는 등 몸부림을 쳤으며 올해초에는 마지막으로 「적」이었던 IBM과 손을 잡고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영상처리기 개발에 나섰지만 결국 기울어져가는 회사를 회생시키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렀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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