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려는 체육예산/임병태 체육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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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부가 한국체육 및 청소년육성의 총본산인 체육청소년부의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체육청소년 행정에 대한 단견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경제기획원이 계수조정중인 내년도 예산중에 체육청소년부의 몫이 늘어나기보다는 올해보다 무려 38%나 삭감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시각이다.
체육청소년부는 최근 예산당국에 93년도 예산으로 1천40여억원을 요청했으나 조정과정에서 올해 예산 6백80억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3백99억원으로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재정을 총괄하고 있는 예산당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체육청소년부문보다 시급한 부문이 많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무척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같은 어려운 경제적 여건하에서는 국가기반 시설 확충 등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국가를 이끌어 갈 1천3백만명이 넘는 청소년 건전육성 또한 어느 부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예산당국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지표가 지·덕·체를 겸비한 청소년을 육성하는데 있다는 것을 새삼 새겨볼 필요도 없이 「건강한 신체없이는 건전한 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간단한 사실을 예산당국자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들리는 얘기로는 내년도 예산이 37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중 1천40억원은 전체 예산의 0.3%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장래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건전한 청소년을 육성하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국가가 투자해야 한다면 지나친 요구는 아닐 것이다.
국가의 동량을 육성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적어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오랫동안 꾸준히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93년은 국가가 지난해 제정한 청소년기본법이 발효되는 첫해라는 점에서도 예산당국은 체육청소년부의 예산지원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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