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유고군사개입 “초읽기”/파병규모·장비 점검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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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상군 파견 꺼려 성과 미지수
유고내전에 대한 서방의 무력개입을 허용하는 결의안이 13일 유엔안보리를 통과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서유럽동맹(WEU) 등 서방의 군사기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르비아군에 포위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구호품 보급로 확보를 위한 군사작전을 유엔이 이 결의에 따라 나토와 WEU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군사기구는 이미 구체적 작전계획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나토는 지난 10일 군사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세가지 방향의 군사작전을 검토한데 이어 오는 14일 16개 회원국 대표가 참석하는 대표회담에서 최종 작전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유럽차원의 유일한 군사기구인 WEU도 런던에서 참모회담을 열어 구체적 무력개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토가 검토중인 세가지 작전 방향은 ▲안전한 구호품 보급로 확보 ▲세르비아군의 중무기 해체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에 대한 경제봉쇄 감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현재 나토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병력규모·장비 등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WEU는 이에 덧붙여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구호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나토의 군사전문가들은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륙을 거쳐 사라에보에 이르는 육상보급로를 확보하는데 만도 5만∼10만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엔평화유지군의 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는 세르비아공항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도 1만2천명이 필요하다는게 그들의 계산이다. 문제는 아직 한번도 역외 파병의 경험이 없는 나토나 WEU가 병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작전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서방 어느나라도 선뜻 자기나라 군대를 유고에 파견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최근 새롭게 밝혀진 보스니아내 집단 수용소의 충격적 보도로 자극된 국제적 여론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국들로서는 뭔가 가시적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지만 난마처럼 얽힌 유고내전에 휘말려들기를 꺼리는 것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로서는 자칫 「제2의 베트남전쟁」이 될지도 모르는 싸움판에 함부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미·영·프랑스가 며칠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끝에 합의한 이번 결의안이 군사개입의 범위를 인도적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WEU의 경우 군사작전이 실시되더라도 초기에 확보 가능한 병력은 5천명선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유고문제는 유럽국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군사개입이 실시되더라도 공군력과 해군력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작전 효과를 위해서는 지상군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위헌을 내세운 야당측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병력파견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유고사태에 대한 무력개입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은 섰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가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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