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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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이들은 엄마나 선생님등 어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그들로 인해 많은 상처도 받는다고 말한다. 아이들 눈에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어른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 세계』시리즈를 연재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아이들을 통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어른들을 향해 보내온 아이들 편지중 2통을 소개한다.
『엄마는 늘 대화가 중요하다며 무슨 일이든 엄마와 상의하라고 하세요. 그렇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면 내 얘기는 끝까지 들어보지도않고 설교부터 하려고 하세요. 그럴때마다 다시는 엄마메게 아무 얘기도 하지말아야겠다고 다짐해요.』
은표(12·서울B국민학교6)는 어른들은 뭐든지 가르치려고만 하고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엄마는 내 성적밖에 관심이 없어요. 성적이 좋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성적이 좀 떨어지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내 자존심을 마구 상하게해요.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하면 「그러면 네 인생의 전부는 뭐냐」며 빈정거려요.』
『엄마는 남동생과 나를 차별해요. 밥도 동생 먼저 퍼주고 과자도 남동생만 줄 때가 많아요. 동생이 나를 때려도 엄마는 누나가 참으라고 해요. 엄마에게 항의하면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있느냐」며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니까 공부를 못한다고 나무라세요.』
혜연(12·서울B국민학교6)과 은정(11·서울J국민학교5)은 어른들은 자기들 입장만 너무 강조해 아이들의 마음 아픈것을 따뜻하게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의 어른들에 대한 불만은 이밖에도 많다.
『엄마·아빠는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서로 거짓말하기도하고 저한테 자기가 거짓말하는 것을 도와달라고까지 하세요.』
『우리 선생님은 미술·체육같은 과목은 귀찮다고 잘 안하세요. 그리고 수업은 두번 읽고 반장이 선생님의 참고서 내용을 칠판에 써주변 아이들은 베껴쓰고 끝나요.』
어른들이 자기 말과 행동을 책임지지 못하고 행동도 자제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하거나 설득하려고 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교훈이아닌 폭력으로 느낄 수도 있는것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것은 간단하다. 자신들을 너무 아이 취급하여 자기에 대한 결정을 할때 따돌리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달라는 것이다.
김재은교수(이화여대 교육심리학과)는 『아이들도 끊임없이 어른들을 시험하고 어른들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한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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