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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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택수(김택수)의 불같은 투혼이 꺼져가던 한국탁구에 불씨를 다시 지폈다.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2-2로 비기던 마지막 5세트. 18-14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김택수는 『또다시 질수없다』는 강한 승부욕과 투혼으로 21-18의 대역전 드라마를 엮어냈다. 상대는 김택수가 『세상에서 경기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중국의 왕타오. 왼손 셰이크 전형으로 빠른 전진속공을 구사하는 왕타오는 역대전적 2승8패가 말해주듯 김택수에게는 전적과도같은 존재. 여우란 별명답게 몸이 빠르고 경기운영이 약삭빠르며 실수가 거의 없는 선수로 『보기도 싫은 선수』라고 김택수는 평한다.
두세트씩을 서로 나눠가진 두선수는 최종 5세트들어 왕타오의 반박자 빠른 공격이 김택수의 드라이브를 압도하며 중반까지 한두점가량 앞서갔다. 그러다 10점대를 지나면서부터 왕타오의 정확한 송곳 스매싱과 드라이브공격이 김택수의 라겟을 맞고 잇따라 퉁겨나가는 사이 점수는 순식간에 벌어져 15-12, 18-14. 한국벤치는 패배를 예감한 듯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김택수의 전광석화 같은 파위 드라이브가 왕타오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하고 관중석에서도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김의 강서브에 이은 제3구 드라이브를 그토록 빠른 몸놀림으로 맞받아쳐오던 왕타오의 라켓이 빚나가기 시작했다. 18-15, 18-16…. 드디어 역전이 되고 20-18의 매치포인트가 돼도 왕타오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18-14로 뒤졌을때도 진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실력은 모두 엇비슷하니까 열심히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힘껏 라켓을 휘둘렀습니다.』
김택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남은 한국탁구의 희망. 5일저녁(한국시간) 스웨덴의 세계랭킹 2위 발드너와 결승진출전을 벌이는데 『왕타오보다는 훨씬 편한 상대』라고 말한다. 올 전적은 3승1패로 김택수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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