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설 증시뒤흔든 “정치구문”/김우중회장의 발언·정계접촉 확대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야의총 거론뒤 재발… 여선 “교란용” 분석
이미 반짝했다가 없어진 「김우중신당설」이 뒤늦게 나타나 예기치 않은 소동을 빚고 있다.
여야정치권과 청와대는 이미 한물간 구문으로 치부하고 있음에도 신당설은 증권시장에 충격을 주어 대우그룹 계열사주식의 투매현상이 벌어지면서 주가 5백선 붕괴위기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측과 정치권이 아무리 부인해도 『정주영씨에 이어 김우중씨도 당을 만드는 거 아니냐』는 호기심과 의심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현재의 정치권이 총체적 불신속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악재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우중신당설」은 2∼3개월전에 잠시 떠돌다가 사라진 구문이다. 김 회장은 이미 소문을 청산하고 지금 남북경제교류 등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김우중신당설」이 정가에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종찬의원이 민자당경선을 거부한 5월 중순부터. 당시 정당주변에는 『이 의원이 경선거부라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김우중이라는 지원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 회장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경기고 동기(52회)인 이 의원을 밀어오다 그의 「새정치」이념에 동감하면서 기존정치권에 강한 불신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종찬­김우중 연대설은 그럴듯한 모양을 갖추었었다. 실제로 이 의원은 경선거부직전 청와대에 가기전에 김 회장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한달넘게 고심하던 이 의원이 6월 하순 민자당 잔류를 택했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중재역을 하면서 신당설은 사그라들었다.
김 회장은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대표로부터 실현가능성없는 정치에 매이지 말고 사업에나 전념하라는 충고를 듣고 포기했으며 이 의원에 대해서도 「권력」의 의도를 거슬러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회장이 그때 친구인 이 의원에게 『앞을 보자. 좌절하기는 이르다. 또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는데 이 대목이 작금의 신당설을 받쳐주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 의원의 새정치모임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김 회장의 언급은 모종의 결사제의보다는 심정적으로 이 의원을 위로하려는 배려였다는게 정설이다.
김 회장은 이 무렵을 전후해 민자당중진 L,K의원 등과 정치학교수 등 학계·정치권밖 인사들을 접촉하며 정치권의 장래를 걱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분이 「현역의원 60여명,학계인사 5백여명 신당참여」로 과장·와전되면서 신당설을 부추겼다. 당정소식통에 따르면 김 회장이 몇몇 친분있는 인사와 「토론」을 하고 공감을 나누었을뿐 구체적으로 신당계획을 세운 적은 없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신당설이 재생한 것은 1일 민주당의총에서 조홍규의원이 이를 거론했고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부터다.
그래서 청와대와 민자당의 정세분석가들은 『민주당의총에서 다 늦게 왜 설이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야당의 「여권 교란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정관계자들은 ▲대우는 현대와 달리 기업자생력이 약해 신당창당이라는 모험을 할 수 없고 ▲김 회장이 남북경제교류에 관여할 정도로 현 여권과 관계가 무난하다는 점 등을 들어 신당설을 일축하고 있다. 김대중대표도 4일 그 가능성을 무시한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