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주년 엇갈린 정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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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일 대선 1주년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과 극을 달렸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의 그 감격을 다시금 새겨 희망의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배신자의 날"이라며 盧대통령의 탈당 및 실정을 맹비난했다.

*** 與圈.노사모 자축 행사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된 '리멤버(Remember) 1219'행사에 참석했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서프라이즈 등으로 구성된 개혁네티즌 연대 소속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盧대통령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 20분 동안 격정적인 톤으로 노사모 등 자신의 지지세력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총결집해 줄 것을 요구했다.

盧대통령은 "나는 (총선에서) 선거를 안 하지만 우리가 몸바쳐 뛰어서 키워야 할 정치인들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한 뒤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찾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1급수는 그냥 마시고 2급수는 약간 약을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수돗물이 될 수 있다"며 "2급수를 찾아서 여러분이 뛰고 또 뛰면 그들이 1급수가 될 것이다. 나도 상처를 입었지만 열심히 나서겠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또 "나는 믿는다. 위대한 노사모가 다시 한번 뛰어달라"며 "나 노무현도 국민들의 신임을 받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 함께 손을 잡자"고 톤을 높였다. 총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내년 총선에서 다시 노사모를 동원하겠다는 노골적인 정치선동이며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 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盧대통령은 "부끄럽게도 나는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오늘 여기 서있고 여러분들이 이룬 시민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있다"며 최근 측근 비리 등과 관련한 심경을 토로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내게 허물이 있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며 "여러분들의 시민혁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승리 1년의 소회도 토로했다. 盧대통령은 "1년 전 오늘 우리는 특권과 기득권과 반칙으로 이 세상을 주무르던 사람들과 막강한 언론의 힘을 물리치고 승리했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여러분이 정치를 바꿔 대통령 선거자금을 수백억원 규모로 줄여줬으며 우리는 이 승리를 시민혁명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연장선상에서 야당과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4년 전 세풍이라고 해서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을 모으고, 그에 앞장섰던 사람에게 체포동의안이 요구되니까 국회에서 똘똘 뭉쳐 부결시키고 희희낙락했던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했다. 盧대통령은 "우리 한번 언론에 기대해 볼까요. 그러나 설명하지 않겠다"며 뼈있는 반문을 한뒤 "여러분들이 희망이니 다시 한번 떨쳐 일어서자"고 했다.

노사모 대표일꾼이었던 명계남씨는 盧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시종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사익추구 집단에 급급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고 호소했다.

신용호.김성탁 기자

*** 한나라.민주 失政 성토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민주당은 "분당은 배신"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강력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회한(悔恨)과 아쉬움 속에 환골탈태를 다짐했다.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성명서를 내고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으로서 너무나 착잡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할 뿐"이라고 했다.

조순형 대표는 "국론이 심하게 분열되는 등 요즘 나라 상황이 어수선한데, 대통령은 4천5백만 국민 중 한줌의 지지자들과 여의도에서 축배를 든다고 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돼지저금통을 돌려달라는 전화가 당에 쇄도하고 있다"며 "12월 19일은 한국 정치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이자 배신자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당초 趙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盧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릴 계획이었지만 "최근 정치권에 기자회견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부랴부랴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로 대체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김대중 정권보다 더 부패하고 무능한 노무현 정권의 출범을 막지 못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뼈를 깎는 자성 속에 진정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성완 부대변인은 "1등 공신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현실을 직시해 이날 하루만이라도 '리그렛(regret)1219'로 정한 뒤 자신들의 비리와 실정을 국민 앞에 참회하라" 고 요구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 때 병풍과 기양건설 파문, 이회창 후보의 20만달러 수수설 등 3대 사건만 없었어도 당락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아쉬워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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