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종합정책 세울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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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월10일부터 7월말까지의 자진신고기간에 신고한 불법체류 외국인이 6만1천1백2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하지 않은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7만∼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신고된 것만으로도 지난 1년새에 불법체류자가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선 불법체류자가 1만8천1백30명이었다. 1년새에 거의 4배가 된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이러한 폭발적 증가는 정부의 묵인에 그 전적인 원인이 있다. 노동조건이 나쁜 저임중소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편법입국,불법체류인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모른체 해왔다. 과도기적으로는 정부의 이러한 묵인정책에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저임의 외국노동자에까지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업종은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점차 줄여 나가야 하겠지만 대량 기업도산과 급격한 물가상승을 막자면 잠정적으로 저임노동의 수입을 묵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의 증가율이 너무도 급격하고 7만∼8만명이라면 그 규모도 너무 크다. 이런 추세를 방치한다면 유럽 각국이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우리도 머지않아 안게 될 것이며 국제적 분쟁과 마찰의 가능성도 있다. 이제 정부는 임시방편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분명한 정책기준을 설정해 일관성있게 집행해나갈 때가 되었다.
첫째로 현 여건으로 보아 불법체류자가 최다 10만명선은 넘지 않도록 출입국관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갖가지 강력범죄,내국 노동자와의 마찰 등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10만명선 이상은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보아진다.
둘째로는 부분적·잠정적으로 묵인한다 하더라도 취업은 제조업분야에 국한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이들이 국내에 정착하지 않도록 일정기간 이상은 체류하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는 입국심사와 단속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셋째로는 부분적인 묵인정책을 취하는 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불법취업을 미끼로 사기·갈취·폭행·임금착취 등 갖가지 사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불법체류라 해서 기본적인 인권유린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불법체류자들의 단체행동이나 그로인한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넷째로 중국교포 등 같은 민족에 대해서는 다른 외국 노동자들과는 다른 별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은 한 핏줄이며 대부분은 불행했던 우리역사의 피해자다. 또한 한 핏줄이기에 사회적 문제도 다른 외국노동자와는 비할 수 없이 적다.
이상의 기준에 따른 법과 제도의 정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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