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중국기사 "예내위에 공식출전 기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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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9년 중국을 떠난이후 처음으로 응창기배세계대회에 출전하여 이창호5단, 양재호 8단을 연파하고 4강에 올라 한국바둑에 치욕(?)을 안겨준 예내위9단(29)에게 『계속 바둑을 둘수 있도록 해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내위9단은 정혼자였던 강주구9단이 87년 천안문사태후 미국으로 도피하자(천안문사대때 강9단은 전업기사대표 피킷을 들고 행진했었다) 일본으로 떠났다.
성격이 거침없는 예9단은 평소 호위평9단의 바둑을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치않아 등소평의 총애를받는 호9단의 미움을 사왔다. 이때문에 중국기사에겐 거액의 돈을 벌수있는 최고의 기회인 해외대회출전이 봉쇄돼 왔고 그것도 그의 도피성출국의 큰 원인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예9단은 일본에서도 모든 대회출전이 봉쇄되고 말았다. 일본 여류기사들이 군계일학격인 예9단의 출전을 반대한데다 중국기원측이 중국국내법을 어긴 예9단의 출전을 막아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번 응창기배세계대회에 예내위·강주구 두사람이 초청되자 중국측이 대회를 보이콧한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며 생활하던 예9단과 영주권없이 미국에서 불법체류해온 강9단은 지난7월초 동경에서 해후하자마자 결혼식을 올렸다. 곧이어 이번 대회에 주최측 특별초청으로 출전한 예9단은 일본의 신예 고마쓰(소송영수)8단, 우승후보 이창호5단, 상승세의 양재호8단을 연파하고 4강에 올랐다. 그간의 설움을 한꺼번에 씻어버린 이 쾌거에 일본과 중국바둑계는 난처해졌다.
분명 세계정상급의 실력이있고 더구나 여성으로서는 전무후무의 일인데 이런 고수가 정치적인 문제등 바둑판밖의 문제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이상하지 않느냐하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응창기씨는 자신의 룰을 보급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세계대회를 만든 사람. 그는 자신이 내세운 7집반의 덤을 유일하게 지지해준 예9단이 준결승에 진출하자 『예9단이 결승에 진출할 경우 결승전은 예9단의 고향인 상해에서 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응씨배를 통해 신데렐라가 된 예9단이 일본의 각종 기전에 출전하게 될 날은 멀지않은것같다. 강9단도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에 오고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 부부를 이산가족으로 만들수 없으니 중국이 아닌 어디선가 국적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박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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