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수출 격감/작년비 54%/후발국­가격 선진국­기술에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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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적 불황에 업계 감원바람/HDD 등 주변기기는 전년비 29% 증가
컴퓨터 수출이 격감하고 있다.
30일 전자공업진흥회에 따르면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온 컴퓨터 완제품의 수출은 올들어 6월말까지 1억5천3백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3억3천6백만달러)에 비해 무려 54.5%가 줄어들었다.
이는 완제품의 경우 단순조립수준에 지나지 않아 인건비가 싼 대만이나 동남아산 컴퓨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노트북이나 386급 컴퓨터 등 기술이 다소 앞선 상품도 제때 개발해내지 못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기술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컴퓨터시장의 불황은 미국 IBM마저 적자로 돌아설 만큼 심각했고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올들어 출혈수출을 자제하는 바람에 수출액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한때 「첨단」 업체로 꼽히던 삼보 등 중견 컴퓨터 생산업체들이 올들어 일제히 감원을 했으며 삼성·현대·금성·대우 등 대기업들도 컴퓨터 몸체부문 인력의 상당수를 정보통신 등 다른 계열사로 재배치했고 서울 중심지에 있던 컴퓨터부문 본사사옥도 모두 지방 공장이나 서울 외곽지역으로 옮겼다.
그러나 완제품 수출감소와 달리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FDD),컬러모니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은 크게 늘고있다.
주변기기의 수출은 올 상반기에 10억1천9백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7억9천2백만달러)에 비해 28.6%가 늘어나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주변기기의 경우 첨단기술이 바탕이 돼있어야 하므로 후발국가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HDD는 미국의 일부기업과 삼성전자만 기술을 갖고 있어 지난해부터 컴퓨터 기능의 고급화에 힘입어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팽창했으며 삼성과 현대전자가 만드는 FDD도 우리상품이 일본상품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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