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창간 『사회평론』경영난으로 주식회사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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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비판적 지식인 진영을 대표하는 시사 이론지를 자임하며 지난해 5월 창간됐던 월간 『사회평론』(발행인 강만길 고려대 교수)이 판매부진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소유 형태의 전환과 편집 방향의 수정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평론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 8월호까지만 현재와 같은 발행 체제로 내고 그 이후에는 제3자인수 등의 방법으로 경영적자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사회평론은 당초 H신문에서 인수해 줄 것을 희망, 6월초와 7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요청했으나 H신문이 최근 이사회에서 이 제안을 끝내 부결시킴으로써 기존 진보적 출판사들과의 공동발행을 추진키로 방침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따라 현재 개인사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사회 평론사를 여러 출판사가 공동 출자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키로 하고 한울·풀빛·푸른산 등 몇몇 출판사와 조건 등을 협의중이다.
사회평론은 합작이 원활치 이뤄질 수 있도록 14명의 편집진이 2백만∼2천만원에 이르는 성금을 내 2억원에 가까운 기존 부채를 완전히 청산키로 했으며 대부분의 성금을 이미 확보해놓고 있다.
편집인 박호경교수(서강대)는 『8월중에는 합작 운영할 출판사들이 최종 결정돼 주식회사형태로 바뀔 것이나 현재의 편집진과 편집방향, 진보이념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포괄적 논의의 장이라는 잡지의 성격은 거의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잡지의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는 이론적 논의의 지나친 전문화를 피하고 시사문제도 책상머리 분석만이 아니라 현장성과 기동성을 갖춘 심층분석을 주로 하는 등 보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꿔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평론이 이같이 새 출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불어닥친 이념서적계의 불황과 궤를같이 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중견·소장학자들을 거의 망라한 편집진을 갖추고 비판적 인식을 가진 인텔리 전반이 광범위하게 구독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잡지 역할을 해온만큼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사회평론은 포괄적 진보성을 갖춘 대중 잡지였던 한길사의 『사회와 사상』이 지난 90년 7월 폐간되자 출판사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잡지를 창간해야한다는 진보학계의 여론 수렴과 1억5천여만원의 기금조성으로 만들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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