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북 열차, 1회성 이벤트를 넘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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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반세기여 만에 남북의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비록 시험운행이지만 대결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이 육로.해로에 이어 철도에서도 뚫렸다는 것은 남북 긴장 완화의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염원도 있듯이 철도 연결은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남북 간 열차 운행은 양측의 공동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국으로선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선적으로 개성공단과 대북 관광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북한도 필요한 지원 물자를 적기에 받을 수 있다. 또 경의선에만 연 수억 달러로 추정되는 통행료도 무시 못할 경제적 이득이다.

문제는 열차의 정기 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의미나 이득은 퇴색하거나 상실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남북의 행태를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북측은 정기 운행이 가능토록 항구적 군사보장을 채택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한사코 거절했다. 시험운행에 응한 것도 남측으로부터 경공업 원자재를 받기 위한 마지못한 선택이었다. 한마디로 남측의 인원과 물자가 대규모로 북한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냉철하게 보지 못하고 시험운행의 의미를 과대포장하고 있는 이 정부의 행태도 한심하다. 이번 시험운행은 남북이 철도 연결에 합의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정기 운행은커녕 시험운행 한 번 더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지원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조금 있으면 평양은 물론 시베리아로 갈 수 있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탑승자 중 관료나 정치인의 수가 반을 넘은 것도 문제다. 국민을 고려하기보다 자기 생색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마치 개인 돈을 쓴 것처럼 주장하며 탈락했다고 불평하는 도지사도 볼썽사납다.

남북 열차 운행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무리하게 확대하거나 자기과시 등 엉뚱한 목적에 활용하려 하면 그 본래의 의미마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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