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이비리그'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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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하버드.예일 등 미국의 최고 명문대 입학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들의 명성에 가렸던 수준 있는 차상위(次上位)권 대학들이 '뉴 아이비리그' 로 각광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스탠퍼드 등 명문대학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이 학교에서 낙방했거나 아예 눈길을 돌린 우수한 학생들이 이들 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뉴 아이비리그로 꼽히는 대학은 리하이.보우든대를 비롯, 에머리.미들버리.터프츠.NYU 등이다.

NYT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들 신흥 명문대의 입학경쟁률도 덩달아 급상승한 한편 명성도 신장됐다. 실제로 공학과 경제학으로 유명한 리하이대의 경우 올해 1150명 정원에 1만2000명이 지원,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다.

프린스턴대에서도 일했다는 보우든대 입학 담당자는 "요즘 보우든대에 들어가는 게 옛날 프린스턴대 입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수년 전이라면 입학허가서를 받았을 학생들이 이제는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같은 뉴 아이비리그의 약진은 무엇보다 유명 대학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절대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등 웬만한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서류를 보낸 10명 중 8~9명에게 입학 거절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자식을 위해 꼭 일류 대학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과거에는 동부 지역 일부에만 있었으나 현재는 미 전역으로 퍼져 대학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졌다.

많은 학교에 각각의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방식 대신 원본을 복사하거나 전자메일로 보내게 한 것도 입학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원서를 일일이 다 쓰지 않고도 여러 대학에 쉽게 응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명 대학의 입학 정원은 십여 년째 꼼짝 않고 있어 심각한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입시 과열 전까지만 해도 이들 뉴 아이비리그에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입시 과열 현상이 빚어지면서 아이비리그 입학생에 비해 손색없는 우수 학생들이 대거 이들 학교에 들어왔다.

학교 측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실력 있는 입학생들을 뽑으려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 대학은 실력 있는 교수진 초빙, 첨단 도서관.과학실험실 건립, 국제프로그램 개발 등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6년 전 2000여 명의 학생이 노크했던 케니언대의 경우 올해는 4600명이 원서를 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옛날 같으면 문제없이 뉴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에 들어갔을 입학생들이 새로운 경쟁에 다른 학교로 밀려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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