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포츠중재위 1년 … 중재 1건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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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스포츠계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스포츠중재위원회 규정 2조) 꼭 1년 전인 2006년 5월 17일 대한스포츠중재위원회가 창립했다. 국제스포츠재판소(CAS), 미국중재협회(AAA), 일본스포츠중재위원회(JSA)를 본딴 것이다. 스포츠 관련 분쟁을 법정으로 가기 전에 효율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늦었지만 있어야 할 기구가 생긴 것이다.

지난 1년간 중재위 업적을 살펴보자.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던 50여 명의 스포츠인이 중재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문의였을 뿐 신청서까지 제출한 경우는 4건이고, 이 중 실제 중재로 이어진 것은 1건뿐이다.

상주 직원 2명에 연간 예산 2억원뿐인 기구라 해도 너무 빈곤한 실적이다. 이는 바로 법원의 판결처럼 강제성을 갖지 못한 중재위의 위상 때문이다. 중재신청을 하려면 당사자 양측이 '중재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신청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를 이끌어내는 책임은 전적으로 신청인이 진다. 피신청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는 없는 것이다. 스포츠인, 특히 선수 출신의 경우 은퇴 후에도 이 '바닥'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개인에게 신청합의를 받아오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해결하라"는 반론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양측이 들여야 할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아는 중재위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각 경기단체에 중재위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래서 유도와 레슬링, 복싱협회 등 체육회 산하단체 중 30% 정도는 정관에 '분쟁 발생 시 중재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하지만 나머지 70%는 여전히 중재위 존재조차 무시하고 있다.

중재위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강자'들이 무시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분쟁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관 개정은 그것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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