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근길 음주단속 현장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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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관 아저씨, 봐주세요. 아빠가 저를 도서관에 데려다 주느라 운전했어요."

"물을 많이 드시고…. 자, 측정하겠습니다."

김모(49.회사원)씨가 심호흡을 하고 측정기를 불었다. 삐!-. 김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051%. 1백일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다. 대학생인 김씨의 딸은 "어제 저녁에 술을 마셨는데도 '음주운전'이냐"며 야속해 했다.

18일 오전 6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충혼탑 앞 앞산순환도로. 오전 5시부터 경찰의 출근길 음주 단속이 시작됐다. 연말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특별단속이다.

이 시각 기온은 영하 2.1도. 경찰관은 볼펜이 얼어 글씨가 써지지 않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측정 전 입을 헹군 물이 곧바로 얼어붙었다.

서울에서 이미 단속을 한 탓인지 큰 반발은 없었다. 일 때문에 대구에 왔다는 김모(37.포항시 상대동)씨는 순순히 측정에 응했다.

그는 지난 밤 소주 두병을 마셨다고 했다. 물을 마신 뒤 측정기를 불었으나 수치는 '0'. 우모(49.노동)씨도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살았다"며 기뻐했다.

단속경찰관 김영호 경사는 "억울하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 피곤하다"며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본리동 대구공업대 앞에서는 하모(29.여.주점종업원)씨가 '퇴근길'에 음주운전으로 걸려 1백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음주단속에 걸린 김모(45)씨는 "잠을 자고 출근하기 위해 나온 운전자까지 단속하는 것은 규정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며 "사람에 따라 술이 깨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간선도로 10곳에서 두시간동안 단속한 결과 적발된 사람은 모두 34명(면허취소 16명). 밤 단속때 하루 평균 적발 인원이 80~90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대구경찰청 유욱종 교통안전계장은 "생각보다 적발자가 많아 출근길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사진 =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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