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서 지면 박근혜 지원 그쪽도 같은 약속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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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사진) 전 서울시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말만 그럴싸한 지도자들 때문에 정체의 10년이 이어졌고, 성장이 멈췄다"며 "2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의 시대로 가기 위해 내가 성장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를 방문 중인 이 전 시장은 이날 밤 강릉 경포대 현대호텔에서 전영기 정치부문 데스크와 인터뷰를 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도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더라도 그를 돕겠다"며 "지는 사람이 무조건 승복하고 돕자는 제안을 박 전 대표에게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만큼 중요한 것이 패자가 승자에게 승복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8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경선을 다시 연기해서는 안 된다"며 "범여권 후보가 나올 때에 맞춰 경선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준비된 당'의 경선 일정을 '준비되지 않은 당'의 경선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8월에 경선을 해야 준비된 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어드밴티지(강점)가 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검증 논란과 관련해선 "나 역시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무책임한 폭로성 검증을 당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내가 민간 대기업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를 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공직자보다 (민간 기업 내) 검증이 훨씬 더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총선 당시 있었던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정치에 처음 나와 몰라서 저지른 일이며, 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일부 언론에 '난 한 번도 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 이 전 시장은 "정치에 입문한 뒤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쓰라린 경험을 못해 본 것 아닌가"라며 "난 종로에서도 나오고 서울시장에도 나오고 쓰라린 경험을 다 해봤지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언제까지나 고공비행을 하긴 어렵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현재의 지지율은 국민의 합리적인 선택이 반영된 것이기에 2002년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처럼 한순간에 급락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박 전 대표에 비해) 견고함은 떨어질지 모르나 지지율이 워낙 높아 절대 지지자 수는 내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선에서 이길 수 있나'라는 질문에 "100m 달리기에서 2등을 하겠다고 뛰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기업에서 CEO로 최장수한다는 것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계와 경쟁하는 최첨단의 경쟁 속에서도 나는 목표를 늘 이뤄 왔고,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루는 게 몸에 배어 있다"는 말도 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질적 긴장 완화 같은 목적이 있을 때, 필요할 때 만나겠다"며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변수지만, 남북 관계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통일 방안에 대해 "우리 정책이 북한 붕괴를 공식화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포대(강릉)=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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