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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명소 인사동'에 노숙자가 설쳐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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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며칠 전 오후에 모처럼 인사동에 갔다. 거리는 온갖 인종의 사람들로 붐볐는데 인파의 흐름이 뭔가 매끄럽지 못했다. 일방통행인 인사동의 중심도로 양편에는 좁은 보도가 나 있다. 차도는 안국동에서 종로로 빠지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보도는 도로변 업소들의 입간판.진열상품과 노점상들이 점령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장애물 사이를 이리저리 요령껏 피하면서 지나가야만 했다.

혀를 차면서 도착한 곳은 '남인사 마당'이었다. 마침 그곳에서는 전통혼례식 공연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다. 출연자들과 관중이 하나가 되어 웃고 즐기는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남루한 모습의 술 취한 노숙자 서너 명이 횡설수설하면서 비틀걸음으로 공연장을 가로질러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인 여자들 사이에 앉아 말을 걸어서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가이드가 일본인이라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뿐인가. 장소가 좁아 사람들이 차로에까지 밀려나 있었기 때문인지 자동차 경적이 계속 울려 출연자의 대사가 끊기기 일쑤였다.

이 외에도 행사 기간이 지났는데도 행사 안내 현수막은 여전히 펄럭이고 있고, 쓰레기나 폐건축자재는 도처에 방치돼 있었다. 정찰제를 시행하는 상점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말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관계 당국과 상인들은 인사동이 대한민국의 얼굴임을 깨닫고 즉각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우승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