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과 고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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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짚 세기」-. 벼가 재배되면서부터 우리겨레가 애용한 볏짚으로 만든 신발이다. 짚 세기는 하도 잘 닳아서 1주일도 채 신지 못한다. 그래서「한양으로 이 도령을 만나러 가는 방자」의 허리춤에는 짚 세기 몇 켤레가 매달려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몇 천년동안 우리조상들이 사용해오던 짚세기 신발에 대혁명이 일어났다. 고무신이 나온 것이다. 비 오는 날 짚 세기를 신다가 고무신으로 바꾸어 보라. 그 편리함에 놀랄 것이다. 이렇듯 제품이 확실이 좋을 때는 「고무신 나왔다」는 한마디광고로 충분하다. 그래서 광고는 공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제품이 좋아야 팔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광고는 요술방망이로 일컬어질 만큼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떤 제품이라도 광고만 하면 팔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광고를 잘못 인식한데서 비롯된 오해다.
예를 들어 나쁜 제품을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했다고 하자. 사람들이 한번은 속아 사줄지 모른다. 그러나 사용해 보면 제품이 나쁜 것을 곧 알게 되므로 두 번 다시 사주지 않는다. 따라서 나쁜 제품을 광고하는 것은 「우리 제품은 이렇게 나쁩니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 어떤 맥주회사가 있었는데 맥주 맛은 신통하지 않아도 몇 대째 그럭저럭 장사해왔다. 그런데 그 회사의 사장이 당시 미국에서 이름난 광고인 D.오글비의 친구였다.
『여보게, 자네가 광고를 잘한다하니 우리맥주도 좀 광고로 키워주게나.』부탁 받은 오글비는 친구네 맥주가 매우 맛있는 맥주라고 광고해줬다. 그랬더니 아무개네 맥주는 맛이 형편없다는 소문이 확 돌아 3년 뒤엔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예는 D.오글비가 쓴『어느 광고인의 고백』에 나오는 실화로 나쁜 제품을 광고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실례로 들고 있다. 따라서 광고하는 제품은 좋거나, 최소한 비슷해야 한다.
그러므로 광고 많이 하는 제품은 믿고 사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침부터 밤까지 눈만 뜨면 보이는 광고, 눈을 감아도 들리는 광고, 정말 진저리나겠지만 광고는 메이커에 나쁜 제품을 못 만들게 하며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선택케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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